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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감수성(재수학원에서의 기억들)

새벽 감수성

by 봉봉

새벽이 오면 유난히 감수성이 깊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감정이 스며들어, 나는 지금 「스타트업」의 OST 〈Love Love Letter〉를 듣고 있다. 가사 한 줄 없는 그 멜로디는 스무 살을 막 넘긴 시절, 드라마를 보고 반해 찾아 헤매던 바로 그 곡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이 선율은 여전히 나를 품어준다. 귀에 흘러드는 음악이 포근한 담요처럼 나를 덮고, 잊혀졌던 20대 초반의 기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왜 오늘따라 이토록 새벽감수성에 잠겨 있는 걸까. 아마도 3월부터 다니던 재수학원 ‘잇올’을 이제 그만두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내적 친밀감을 느꼈던 동생들을 만났다.

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내가 스스로 밀어내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를 그 사람에게도,

그리고 삭막했던 수험생활 속에서 내가 마음을 기댈 수 있게 해주었던, 고마운 그 친구에게도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한다.

나는 아직 이별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이 시간은 내 뜻과 상관없이 강제로 끝맺음을 요구한다.


그래서일까, 이별을 위한 시간이 부족해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처음엔 이 시간이 그립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새벽에 앉아보니, 훗날 이 시간들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며든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주었던 그 친구와도 이제는 헤어진다 생각하니 가슴이 저릿하다.


인스타그램을 물어보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데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머뭇거리고 있다.

우리는 곧 헤어지고, 각자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더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별하며, 울고 웃고, 고민하고 고뇌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바란다. 앞으로 맞이할 세상을 포기하지 않기를. 우리가 ‘잇올’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이 언젠가 돌이켜보았을 때, 한 편의 오래된 책 속 페이지처럼 쉽게 잊히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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