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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Sep 26. 2023

내시경

오늘도 머리가 아픈 밤

열다섯 개 째의 알약에서 스물여덟까지

새벽 4시에서 6시

지난 3년간 먹은 알약보다도

더 희고 많은 알약들

오라팡을 만든 이여,

지옥에 갈 것이다


문득 떠오르는 오늘 아침 상

떡국과 흰 밥을 먹고 난 뒤

부모님 물컵들 옆에

색이 많은 알약들

내가 지난 3년간 먹은 것보다도 더 많은...

3년 만에 뵌 할머님 손은 새카맸다

나는 새벽 2시에 일어났다

빨간 셔츠에 꽃무늬 바지를 입고 계셨다

할머니, 허벅지가 많이 얇아지셨던데


위장이 아프다

대장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마실 물은 1리터가 남아있다

위장이 아프다

대장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오늘은 자고 일어난 입에서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위장이 아프다 대장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이상이 없다고 하기만 해보라 뇌까리는

나의 시차는 11시간

아직까지 내 아픔엔 이유가 있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조심조심

일출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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