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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Apr 16. 2024

나무의자의 왕

0과 1로 쌓아올린

어제와 오늘은 결이 맞지 않는다

그런 모양으로 앉아 있는

맨하탄 성당 앞 구리 남자,

거적데기 아래로 내민 손에

구멍이 뚫려 있다


인간의 언어를 불러온다 층층이

표상을 얽어맨다 예컨대,

꽃가지 아래 헬멧이 하나 있고

그 아래 전신주를 고치는 사람이 있고

그 아래 봄옷을 입은 사람이 있고 그 아래,

들고 가는 쇼핑백이 있고 그 아래,

더러운 담요가 있고 얼굴 없는 사람이 하나 누워 있고 하얀 꽃잎들이 있고 고인 빗물이 있고 시멘트 바닥, 그리고 온통 게워놓은 파란 하늘이 있고


[log] 봄은 불협화음이 많은 계절입니다

[log] 여러분의 사후세계는 안녕하신지요


# 찬연한 열 십자 나사못이여

당신 박힌 나무의자에 웅크려 # 등짝 하나가

말을 하다 말기를 반복한다

f"웃기는 일이다 성가 속 {울부짖는 이}여“

매년 거룩함을 지키는 사십여일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고 나면:

    거짓말처럼 뉴욕엔 봄이 온다고 한다

‘’‘

그러니 뱉어지고 삼켜지며 때가 묻어 점점 감해지는

우리들의 고통 받는 신이시여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나의 죄를 사하시오

구멍 뚫린 침묵과

쌔김질하는 언어들을

‘’‘


멈춰섰던 지하철이 다시 출발한다

환풍기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서로의 한숨을 확인하는 시간들과

어퍼 이스트를 방금 신께서는 지나가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철로를 두드리는 소리와

열리지 않는 문, 그리고 모든 비밀스런 후회들이

미친 듯 0과 1 사이를 왕복하던 것을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 잦아드는 삐걱임이여 이제 우리는

# 천국의 토톨로지를 알고 있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아무 말 없이

오늘 밤은 비가 오고 꽃잎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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