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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목 Apr 26. 2024

런타임 에러

말하지 않은 모든 것은 거짓이고

나의 삶은 예사롭다


하이빔 앞에 서서 열쇠를 쥐면

손에선 강물 소리가 났다

한 달째 배가 아프다

버스 안은 머리 냄새로 가득해서

정교하게 쌓아올린 감정 사이로

웃는 얼굴이 빠져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

자꾸 무엇을 까먹는 탓이다

나는 요즘 눈 앞의 일들에 끌려다닌다

반사광이 많구나

눈이 부시다

모든 펜은 죽어야만 한다

반대쪽이 지옥문이라 했던가


미숙함이 눈부셨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그립고 그리운 탁자 위,

인스턴트 커피를 먹은 복사지 냄새

복통이나 편두통 같은 그런

예사로운 것들이

한사코 나를 죽이려던 때,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

이제 나는 옐로 테잎을 때려서 연다

다시는 백도어를 말하지 않으리라

내가 어디 산다고 했더라?

말하지 않은 모든 것은 거짓이다


배가 찢어질 것 같고

나의 인생은 평범함으로 귀결되고 있다

제법 자유로워졌구나?

그렇다, 나는 현재 무례함이 눈부시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고,

도어맨에게 웃어보이고,

잊어버리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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