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한 지인의 사업을 컨설팅해준 경험이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분이었는데, 상세페이지나 마케팅 전략에 보완할 점이 보여서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몇 가지 조언을 줬다. 그러고 나서 그 쇼핑몰의 매출이 꽤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로선 상당히 뿌듯했다.
하지만, 상대의 딱 한 가지 태도 때문에 난 더 이상 그 지인의 사업에 관여를 하지 않게 됐다.
그 지인은 '보답'을 할 줄 몰랐다. 고맙다고 선물을 보내왔는데, 딱 봐도 날 위해 산 게 아니고 어디서 받은 명절 선물 같은 것을 나한테 보낸 느낌이 물씬 났다. 받자마자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졌다. 말로 하는 감사도 딱히 진정성을 느끼진 못했다. 그 뒤론 그냥 연락이 와도 적절히 대꾸하며 회피하는 식으로 응대하며, 아예 그 지인의 일에 참견을 하지 않게 됐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업무적인 관계를 더 유지할 이유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이 사람과 장기적으로 소통해봤자 내 시간만 버리고, 그 어떤 시너지도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참고로 돈을 받고 컨설팅을 해준 것은 아니었고, 여러 정황상 선물을 돌려 쓴 게 맞을 확률이 99 % 이상이었다.)
솔직히 나는 사업 컨설팅이 본업도 아니고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내 컨설팅 가치는 비용으로 환산해봤자 엄청 크진 않았을 것이다. 그 지인 입장에서 본다면, 나에게 일적으로 손절당한 것 하나는 별로 큰 가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를 갖고 있던 그 지인의 앞날을 생각하니 참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분은 그 안 좋은 습관 하나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계속 손절을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분에게 이에 대해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손절을 했다. 그분은 내가 왜 연락 답장이 느려지고, 빈도가 줄어드는지 아마 이해를 못할 것이다. 그냥 요즘 내가 바쁜가 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은 바뀔 수 있지만, 대부분은 바뀌지 않는다. 나도 이 점을 잘 이해하기에, 상대의 성향이 바뀌길 바라는 피드백은 정말 소중한 사람 이외에는 아예 하지 않는다.
'받은 것에 대해 제대로 감사를 표하는 것', 이 태도는 삶을 살아가는데 너무 중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고맙다'는 말을 진정성 있게 얘기하는 것조차 잘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주변에 감사를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서 자라왔다면 정말 큰 축복이다.)
'감사'행위는 실로 엄청난 효과를 만든다. 나 자신에게는 세로토닌(행복 호르몬) 분비, 불안감 감소 등의 이로운 영향을 준다. 또한 감사를 받은 상대에게는 당신의 감사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며, 도파민이 분비되어 상당한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감사'는 나와 상대 모두에게 매우 이로운 행동이라는 말이다.
감사 행위를 오글거리고, 낯간지럽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 프레임은 당신 스스로를 잠구는 행위이다. 그런 태도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결국 혼자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보답을 하는 원칙 3가지를 만들었다.
첫째, 선물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오로지 상대라는 것을 안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까워서, 보답을 정말 이상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받았던 돌려쓴 선물세트가 대표적이다. 어디선가 받아서 집에 쌓여있는 재고 비슷한 것을 선물이랍시고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소위 말하는 '짬 처리'에 불과하다. 받는 사람이 상당히 큰 불쾌함을 느낄만한 행동이다.
그런 '남는 물건'을 주는 사람들은 '어차피 그 사람한테도 필요한 거니까 괜찮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본인의 부채감을 공짜로 해결하려는 욕구가 감춰져 있을 뿐이다. 그런 짬 처리식 선물을 받은 상대는 그 선물로부터 아무런 감사를 느끼지 못한다.
상대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고,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어서 보답 같은 보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예 보답으로 현금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돈'을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것은 상당한 신뢰감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500만 원의 이득을 봤다면, 기꺼이 10 % 정도인 50만 원을 그냥 계좌로 보낼 줄 알아야 한다. 대부분 보답으로 돈을 직접 주지 않기에, 오히려 인상깊은 선물이 된다.
어떤 도움 될만한 조언을 받았더라도, 내가 노력해서 얻은 수익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나누려고 하지 않게 된다. 막상 그 상황에 처하면 정말 그 누구도 이윤을 나누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더욱더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상대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현하려고 한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바쁜 사람에게 '밥을 산다'며 호의를 배푸는 것도 자제한다. 그 사람의 시간을 배려하는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고, 일방적인 도움을 받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꼭 현금이 아니더라도, 상대 입장에서 내 성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 난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받았을 때가 현금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그 사람이 편지를 쓰는데 쓴 시간과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둘째, 선물을 보낼 땐 기프티콘이 아닌, 의미가 담긴 실물을 보낸다.
업무적인 것 말고, 간단히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보내거나 축하해 줄 일이 있을 때 해당하는 원칙이다.
나는 선물을 고를 때 '의미 있고 일상에서 자주 쓰는 것'을 선택한다.
상대가 자주 사용하는 소모품을 선물을 주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없다. 상대가 자주 먹는 브랜드의 커피, 기프티콘 등.. 상대도 평소 쓰던 물건을 받아 소비할 때, 평소에 쓰던 그 무색무취의 감정을 느낄 뿐이지 별다른 특별함은 느껴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상대가 일상에서 쓸만한 종류이긴 하나, 자기돈 주고 사긴 아깝다고 생각이 들만한 선물을 준다. 상대가 그 독특한 물건을 일상에서 쓰면서 내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유대도 더 좋아지고, 다음번에 내 선물도 기대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실제 아래 카톡은 '술을 좋아하는' + '이쁜 물건에 돈을 절대 안 쓰는' 지인에게
아기자기한 소주잔을 선물했던 최근 있던 내 사례이다.
저 소주잔 세트는 내 기억에 2~3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비슷한 가격대의 치킨 기프티콘 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보이지 않는가?
나는 상대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내가 진짜 갖고 싶었던 것을 골라서 선물해주곤 하는데, 그때도 역시 반응은 좋다.
갖고 싶은걸 고르라고 해서 원하는 것을 사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선호하진 않는다. 물론 서로에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긴 하나, 그 과정엔 감동이 없다. 내가 필요한 건 내 돈 주고 사면되니 말이다.
셋째, 선물을 받았을 땐 꼭 물건 사진과 함께 감사 인사를 한 번 더 한다.
요즘에는 택배로 바로 선물을 보내기도 하고, 기프티콘을 보낸다. 즉, 내가 내 선물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상대에게 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선물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약간 불안하다. 선물이 잘 갈지, 어디 훼손된 곳은 없을지, 받은 사람은 만족할지 등
때문에 나는 항상 기프티콘 같은 선물을 사용하여 먹을때 잊지 않고 사진을 찍어 상대에게 보내주며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한다. 그때 내 얼굴이 같이 나오게 보내주면 사진을 받는 입장에서 훨씬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옷을 선물 받은 지인이 착용 샷을 찍어서 당신에게 공유해준다. 식사권을 선물 받은 지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찍어 당신에게 보내준다. 기분이 정말 뿌듯하고 좋을 것 같지 않은가?
때문에 난 기꺼이 나에게 선물을 보내준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며 보답의 일환으로 그 선물과 함께 행복한 순간을 보내준다. 상대도 그 사진을 보고 같이 웃으며 행복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고급 바디워시를 선물 받았을 때, 거품을 잔뜩 내 샤워를 하며 상반신 셀카를 찍어 보내준 적도 있다. 상대의 반응은 폭발적으로 좋았는데, 차마 공유는 못하겠다.)
그동안 선물을 받은 순간만 인사했다면, 앞으로 사용하는 순간의 행복을 담은 사진을 찍어 상대에게 공유해볼 것을 추천한다. 상대방이 정말 좋아할 것이고, 덕분에 다음에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습관에 대한 이 전 글에서 잠깐 언급하긴 했지만, 나는 매일 10분 정도 감사의 명상을 한다. (해당 글 : 내가 침대 눕자마자 잠드는 비결)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항상 감사를 느끼려고 한다. 그리고 그 감사를 상대에게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한다. 내가 글을 쓸 때도 마무리로 쓰는 버릇이 있는데,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다'는 멘트이다. 이것도 일상에 감사하는 습관을 들인 뒤 자연스럽게 쓰게 됐다. 진심으로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느끼기 때문이다.
일상에 감사를 느끼고, 제대로 보답할 줄 아는 방법만 알면 누구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의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