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에 물이 뿌려진 상태로 사람들이 지나다녀서,바닥이 반들반들 해진 구간이 나타난다. 방심하면 훌러덩 자빠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조금 더 걸으니 물기를 잔뜩 먹은 진흙길이 이어진다. 도자기 빚을 때 찰흙을 맨발로 꾹꾹 밟아 가며 치댄 것처럼 수많은 발자국이 박힌 황톳길이다.
참! 특이하고 신비로운 길이다.
중간중간에 황톳길 보수용으로 쌓아놓은 황토 무더기가 보인다. 황토 무더기 흙을 이용하여 만든 예술작품이 시선을 끈다. 겨울 눈축제 때 쌓인 눈을 조각하여 작품을 만든 것처럼 누군가 진흙 더미를 이용하여 앙증맞은 작품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 황톳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건강 그리고 멋진 추억까지 선사하는 대한민국 대표 명품 길임에 틀림없다.
짧은 거리도 아니고 14.5km에 이르는 거리를 왜 이토록 정성 들여 만들었단 말인가. 궁금증이 생길 때쯤 황톳길이 만들어진 사연이눈에 띈다.
2006년 4월 어느 날 가까운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다가 하이힐은 신고 온 여성에게 운동화를 벗어주고 돌길을 맨발로 걷게 된 선양소주 조웅래 회장.... 그날 밤 꿀잠을 잔 조회장은 맨발의 첫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맨발의 즐거움을 나눠보자 라는 생각에 14.5km 임도에 질 좋은 황토를깔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아! 입구에 소주 광고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던 게 바로 그런 이유였군...." 이 길을 만드신 분이 대전, 충남지역에 기반을 둔 소주회사 회장님이셨다.
발바닥이 화끈거릴 때쯤 세족용 수도가 나타나고, 수돗가에 걸터앉아 발을 씻고 신발을 신는다.
이제 황톳길은 그만 걷고 계족산성으로 올라갈 생각이다. 데크길을 따라가니황톳길과 달리 더위가 확 몰려온다.
땀으로 등이 흠뻑 젖을 때쯤 계족산성으로 이어지는 임도 숲길에 이른다.
여기서 계단을 통해서 700미터 정도 더 오르면 계족산성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산성 보수공사 중이라 갈 수 없다"는 현수막이 앞을 가로막는다.
"계족산성에 오르면 대청호와 대전시내 경치를 볼 수 있을 텐데...."
막히는 고속도로를 지나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아쉽지만 "이 더위엔 안 가는 게 낫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임도 귀퉁이에 놓인 벤치에 앉아 시원한 얼음물로 목을 적신다.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잠시 여유를 가진다. 땀이 마를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출발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아래로 향한다. 이번엔 계단이 아닌 임도를 따라 걷는다. 내리막길이라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황톳길 초입 무른 흙과 달리 이곳은 딱딱하고 거칠다. 물을 뿌린 지 오래됐고, 건조한 날씨 탓에 황토가 딱딱해진 것으로 보인다.
S라인 황톳길
길바닥은 아래쪽 보다 못하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고 호젓하고 운치 있는 산길 같은 구간이다. 14.5km 전체를 돌아보기 부담된다면 여기까지만 와도 계족산 황톳길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계족산 우체통 근처까지 내려오니, 다시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를 기점으로 위쪽은 건조하고 한적한 황톳길, 아래쪽은 질척한 황토에 인파로 붐비는 길,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아! 그런데 저건 또 뭔가.
닭을 애완견처럼 몰고 가는 분이 있다. 가늘고 긴 막대기 하나로 닭 꽁무니를 툭툭 치면서 닭을 몰고 있다.
너무 신기한 모습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 찍느라 바쁘다. 닭을 데리고 이곳에 자주 오시는 분 같은데, 닭이 주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혼잣말을 하시며 이리저리 몰고 있다.
설마 닭이 사람 말을 알아들으랴마는 그 모습이 하도 기이하여 핸드폰 카메에 담아본다.
계족산 홍보를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상황인지, 정말로 닭 주인이 매일 닭과 함께 산책을 하시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닭발산과 잘 어울리는 흥미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