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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니 Nov 02. 2021

밴쿠버 잡 스토리 2

카페에서 Barista로 일하기



스시집 주방 일을 그만두고 곧장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로 계획이 틀어지면서 3개월이라는 시간이 붕 뜨게 되었다. 새로운 일을 구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놀면서 보내기에도 아까운 시간이라 머리가 복잡했다. 그렇게 3주를 쉬는 둥 마는 둥 보내고 엉겁결에 두 번째 잡을 구하게 되었다. 우선 비자가 너무 조금 남아있었기 때문에 될 거라는 확신도 없이 지원한 카페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바로 면접이 잡혔고 면접을 보자마자 출근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알바를 구하려고 해도 나이를 운운하며 시집을 가니 마니 남의 혼사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던 게 생각이 나면서 밴쿠버에서는 정말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없구나 싶었다.


그래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나에게는 영어라는 큰 산이 내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스시집 주방 일을 할 때처럼 외부 사람을 접할 일이 전혀 없어서 영어를 쓸 일이 아예 없었던 것과는 완전 다른 상황이었다. 바리스타 일은 한국에 있을 때 꽤 오래 했었던지라 일 자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처음 카페 일을 시작할 때 내 영어 실력이 대충 어느 정도였느냐면 'Can I get OOO?'을 써서 주문을 해야 한다는 건 알면서도 자신감이 없어서 혼자 카페에 가 주문을 못 할 정도였다. 그래도 나름 서버로 일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What can I get for you?', 'Are you ready to order?', 'What can I help you?' 같은 말들은 질리도록 달달 외워서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했다. 문제는 모든 상황이 내가 상상했던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영어도 부족했고 자신감도 없었던 내가 어찌 되었건 카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며칠은 긴장도 많이 했다. 긴장을 하면 할수록 영어는 더 잘 들리지 않았고 영어와 동시에 카페 음료에 대한 레시피까지 외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 그런지 커피 레시피를 외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은 큰 틀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영어 역시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손님들이 와서 원하는 커피를 시키고 사이드로 우유를 요구하거나 설탕, 크림을 요구하는 것 등이 고작이었다. 가장 걱정이었던 것은 이런 일 특징이 내가 제대로 주문을 받은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손님에게 주문을 확인받는 작업이었는데 그 말을 영어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You want one Iced Americano and two pumps syrup, right?' 이런 식으로 물어봤었다. 손님이 주문한 문장을 그대로 읽고 마지막에 'right?'만 붙이면 주문 확인을 하는 마법의 문장이 되었다.


몇 번 실수를 한 적도 많다. 나는 숫자를 영어로 말하는 게 너무 익숙하지 않았는데 가격을 말해주다가 50을 15로 읽고 15를 50으로 읽고 했던 적이 많았다. 또 알아듣긴 알아들었는데 이상하게 알아들어서 소다 캔을 사용하느냐는 말을 캔에 들어져 있는 완제품 에이드를 파느냐는 말인 줄 알고 No라고 하고 주문을 받았다가 나중에 소다를 직접 만드느냐 아니면 캔을 사용하느냐는 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던 적도 있었다. 간혹 와이파이를 물어오는 손님에게는 와이파이와 패스워드가 적혀있는 판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Look at that'이라고 하는 걸로 모두 퉁쳤다.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영어 실력으로 카페에서 일한 이야기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이유는 혹시나 나처럼 영어에 자신감이 없고 또 영어가 부족한 사람들이 워킹홀리데이든 뭐든 외국에 가서 카페에서 일을 하고 싶은데 망설이느라 하지 못할까 봐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비록 나는 코워커들이 모두 한국인이라 전혀 한국말을 쓸 수 없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주로 혼자서 근무했고 그런 날에는 10명 중 5명 되는 외국인 손님을 혼자서 응대했어야 했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


영어는 자신감이라는 말을 카페에서 일을 하고 난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저렇게 부족했던 나도 나중에는 전화로 주문까지 받았다. 물론 수도 없이 'Sorry?'와 'Give a second'를 쓰며 버벅거리긴 했지만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전에 비하면 훨씬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아이스커피 잘 안 마신다고 누가 그랬나? 생각보다 아이스커피 많이 마시더라. 특히 더운 날에는 불티나게 팔린다. 물론 아이스커피보다 뜨거운 커피를 더 선호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또 아메리카노를 아메리카노 그대로 즐기는 한국과는 다르게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사이드로 우유, 설탕, 크림 등을 같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도 그들을 따라 그렇게 먹어봤더니 커피가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지더라. 또 '더블더블'이라는 커피 용어도 있는데 이건 커피에 설탕 2번, 크림 2번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워킹홀리데이 남은 비자기간 3개월을 카페 알바를 하며 꽉꽉 채울 수 있었다. 아마 비자가 끝이 나지 않았더라면 카페에서 더 오래 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자주 해본다.


이건 번외로 내가 일을 하면서 가장 당황했던 일 중 하나인데 외국인 손님이었고 나는 그를 처음 봤었지만 아마 카페의 단골손님이었던 듯하다. 혼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가 나타나 대뜸 '내 거 주세요.' 했다. 내 것 주세요가 영어로 무엇인지 지금도 모르는데 그때 내가 과연 알았겠는가. 나는 몇 번을 'Sorry?' 하면서 포스 앞에 쳐져있던 아크릴판을 넘어갈 기세로 귀를 기울였고 결국 그가 음료 이름을 말하며 주문했던 게 기억난다.


당연히 영어에 자신이 없고 또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면 카페 일을 하는 건 힘이 들겠지만 그래도 초반에 조금만 참고 적응을 하면 사용하는 말도 다 비슷하기도 하고 금방 배울 수 있다. 그러니 시작하기도 전부터 쫄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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