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곧바로 외출복을 벗어버린다. 잠깐이지만 땀냄새가 나는지 코를 킁킁거리며 확인해 본다. 쉰내만 안 나면 합격이다. 나는 굉장히 예민한 코를 가졌다. 내가 뿌린 향수에 머리가 아파서 향기로운 향수와 이별했다. 몇 년 전 갔던 부산의 한 호텔에서는 들어서자마자 들이닥친 방향제 냄새 공격에 쓰러져 방을 바꿔야 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인위적인 향기를 최대한 원천봉쇄 중이다. 옷에서 나는 진한 피죤 향기를 좋아한다고 외치는 남편이 있지만, 그 의견은 묵살한 지 오래다.
어제 잘 때 입던 옷을 다시 주워 들고 또다시 냄새를 맡는다. 땀냄새도 아닌데 은은하게 구린내가 난다. 어제저녁에 구웠던 생선 냄새가 아직도 티셔츠 끝자락에 달라붙어있었다.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굽던 생선의 짭조름한 기름 냄새는 내가 어제 먹어치웠고, 오늘은 맛있는 것들이 다 사라진 프라이팬 위의 찌꺼기 같은 냄새만 남아있다.
아. 이 냄새 익숙하다.
결혼하기 전, 요가원 수업을 할 때 회원들을 한 명, 한 명 둘러보다 보면 각자의 냄새를 어쩔 수 없이 맡게 된다. 향기로운 바디 워시나 화장품, 향수 냄새가 나는 이들도 있지만, 아침 수업에 오는 아줌마 회원들 중 한 명에게선 내가 지금 맡고 있는 구리구리한 티셔츠 냄새가 났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냄새를 지나치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언짢았다. 그랬던 나도 이렇게 구리구리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니.
이젠 이해한다. 그 회원이 왜 아침에 향기롭지 못했는지. 아이들을 챙기고 바쁜 아침을 보내고 운동을 하려 요가원에 부랴부랴 왔을 것이다. 아줌마가 돼 보니 알겠다. 아이들이 계속 엄마를 찾는 바쁜 아침에 샤워를 하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분은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요가까지 하는 멋진 분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