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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Oct 02. 2024

퉁퉁 부은 발

갑자기 변해버린 날씨처럼 마음의 변화도 필요했다. 평소에 안 입던 치마를 입었다. 옷에 맞춰 구두를 신어야 하는데 발목이 시원찮아서 힐은 포기했다. 납작하고 앞코가 뾰족한 플랫슈즈를 집어 들고 잠시 고민했다. 살색 스타킹은 신기 싫고, 덧신도 없고, 맨발은 냄새날 것 같고. 그냥 운동화를 신자니 원피스와 어울리지 않는다. 매일 신는 회색 페이크 삭스와 플랫슈즈 신었다. 누가 내 발만 보겠어. 옥에 티 같은 양말을 신고 집을 나섰다.


한 발짝 딛자마자 후회가 밀려온다. 문제는 양말이 아닌 신발이었다. 발가락이 잘 펴지지 않고 발바닥은 딱딱하고 뒤꿈치가 조여 온다. 한참 전에 예뻐서 사놓은 신발을 몇 번 신지도 않고 신발장에 놔둔 지 오래다. 여전히 나와 맞지 않는 신발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신발도 거슬리는데 양말이 예뻐 보일 리 없다. 평소엔 무난해서 좋아하던 회색이 오늘따라 유독 튄다. 때마침 지하철 매점에는 구두 밖으로 보이지 않는 덧신을 다. 하나 까. 잽싸게 갈아 신으면 눈이 편할 것 같았지만, 신발은 변하지 않으니 그냥 사지 않기로 했다. 맞지 않은 신발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일단 오늘 신발과 양말의 불편함을 감수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 나와 서울역에 올 때까지 옥에 티 양말을 바라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새 신발 가죽이 늘어났는지 발가락이 1미리 정도 더 펴졌다. 오늘 하루의 끝엔 구두 안의 발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운전은 신발을 벗고 신나게 액셀을 밟았고, 역으로 가는 길엔 구두를 꺾어 신었다. 장거리 강의로 지친 몸의 피로가 터덜터덜 걷는 내내 풀풀 날린다. 내일은 꼭 애착 운동화를 신어야지.



다음 날, 사랑하는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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