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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ug 15. 2024

도둑이 제 발 저려도 일단 놀아야겠어요.

아이들 데리고 일산의 수영장에 갔다. 일 년에 한 번만 수영장을 가는 게 우리 집 국룰이지만, 올해는 두 번째 방문이다. 포항에서 마지막날 바다와 계곡을 못 갔기에 수영장을 한 번 더 가기로 약속했었다.


도착하자마자 수영복을 갈아입으려 꺼냈다. 아침에도 안 보이던 구멍이 보인다. 그것도 엉덩이 부분 정중앙. 저번에 미끄럼틀 탈 때 엉덩이가 쿵쿵 찍어 아프더니 그때 그런 걸까.


이 수영복은 딱 두 번 착용한 것



남편이 근처 마트로 수영복 바지를 급하게 사러 갔다. 땀이 미친 듯이 쏟아지는 폭염에 물을 앞에 두고도 못 들어가다니.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밀려오는 짜증을 셀카를 찍으며 달랬다.


다행히 수영복 바지를 사 왔고, 신나게 물로 뛰어들어갔다. 한참을 놀다가 화장실을 가서 바지를 벗는데 뭔가 이상하다. 도난방지택이 붙어있다. 이런 게 붙어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던 내 모습이 생각나 피식피식 웃었다.


아. 나란 둔녀.


남편에게 보여줬다. 나를 도둑으로 만든 거냐 물었다. 계산도 하고 마트를 나갈 때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이게 뭐냐며 어이없어한다. 손으로 떼어낼 수도 없고 마트를 다시 갈 수도 없고.


도둑이 제 발 저린 양 열심히 가랑이 사이 바지로 방지택을 숨겨가면서 놀았다. 뭐 뗄 수 있겠지.



도둑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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