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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독성 Aug 06. 2024

드디어 집으로

4일

마지막 날


드디어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집에 가려면 숙제를 끝내야 한다. 첫째 날부터 엄마가 물어봤다.


"니 책이랑 CD, 이런 거 가져갈래?"


서울 출발 전 바다를 가자는 2명과 계곡으로 가고 싶다는 1명의 의견을 잠재우고 정리를 시작했다. 책장에 있는 책을 들여다보다 몇 권을 챙겼다. 엄마가 갑자기 베란다에서 CD를 꺼내주시더니, 박스가 점점 나온다. 한 개, 두 개, 세 개... 좁은 베란다 켜켜이 쌓여있던 박스를 계속 꺼내신다.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 자취방 짐을 싸놨던 박스가 그대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사를 온것인가.



책, CD,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플로피 디스크 등등 유물들이 잔뜩이다. 그냥 차에 다 싣고 가자니, 자리가 없고, 다 버리라고 해봤자 안 버릴게 뻔하다. 차 트렁크 앞에다 펼쳐 놓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간간이 나오는 편지들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보낸 사람 이름이 한참 생각이 안 나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사진 앨범의 외모 흑역사들도 감상하고, 못났다고 놀리는 아이들의 놀림을 온몸으로 받아주었다. 텅 빈 베란다를 보니 진작 정리할 걸 그랬다. 자식 물건은 함부로 못 버리겠다는 엄마의 말이 가슴에 들어앉았다.


땀 뻘뻘 흘리며 정리를 끝내고 밥만 먹고 서울로 출발했다. 차가 막히고, 차가 막히고, 차가 막혀서 나는 잤다. 필요하면 운전은 내가 하겠다며 큰소리를 치고는 자리에 앉자마자 잠들었다. 잠은 내가 잤는데, 왜 이리 피곤한 걸까. 점심 먹고 출발을 했는데, 퇴근 시간에 딱 걸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하니 8시다.


해 질 녘 서울의 밤거리를 바라보니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집이다.



무사히 집






그동안 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여행이나 휴가 일기는 내년에 또 쓸 예정입니다.

무더운 여름 모두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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