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결심하고 1년간, 나는 꽤나 신중한듯 행동했다. 하지만 그 신중함이 창업으로 이어지는 지점이 너무 불확실했다. 적어도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여행을 하는 것처럼 무모함을 감당하면서 현실을 하나하나 마주하고, 종종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면서 꾸준하게 나아갈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가 목적지라고 생각하는 방향을 오직 나 스스로 맞는 방향이라고 믿으면서 계속해서 걸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단서를 하나씩 발견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무모해지기로 결심하고, 창업 아이템을 계속해서 찾아가며 블록체인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어느 해커톤 참가를 준비하다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Blockchain이라는 키워드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2018년 6월 즈음 이었는데, 그 때는 첫 번째 암호화폐 투기에 대한 광풍이 지나가고 나서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게 남게 되었으며, 결국 정부의 입장은 앙꼬없는 진빵처럼 암호화폐가 없는 블록체인 기술만 살리겠다는 정부주도의 기술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앙꼬없는 찐빵을 만드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때, 그런 찐빵을 만드는 과정을 선점하면 살아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겠다는 단서를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였다. 그래서 하이퍼레저 패브릭이라고 불리는 허가형 블록체인을 독학으로 빠르게 연구하고 '2018년도 기술혁신형 창업지원사업'과 '2018 서울혁신챌린지'에 본선진출을 하게 되면서 약 7000만원의 창업지원금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LeLi 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 3F( 가족, 친구, Foolish 한 지인.. )대출, 예비창업자로 활동할 때 쓴 돈과 조금이나마 쌓아 둔 모든 돈을 긁어 모은 것들을 합쳐서 계산해보면 1.1억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을 통하여 사업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유지하기에는 버겁고 불안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앙꼬없는 찐빵을 만드는 기술로는 시장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밀고 나가야 하는것이 창업가가 되기로 선택한 나에게는 큰 숙제였다. 그 결과 업계에서 BIM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학계, 산업계, 기관에 있는 몇몇 분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약간의 방향성을 잡을 수는 있었으나 자금을 조달하고 팀을 키우고 제품을 만들어 나아가는데 있어서 큰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부족한 프로그래밍 지식을 배우고 익혀야 했고, 박사들이 쓰는 논문수준을 이해할 수 있는 학습역량을 키워야 했고, 생존을 위한 사업노하우를 배워야했고, 법인의 운영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 또한 모두 도전의 연속으로 느껴지며 단순하게 끝내야 하는 일들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일로 여기며 모든 면에 있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야 했다.
내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크게 느꼈을 때 즈음이었다. 기술보증기금의 정책자금조달을 위한 평가를 간신히 마치고 1억원의 자금조달을 통해 16개월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게 된 것은 너무나 큰 운이 작용했다. 무모함이 작은 가능성으로 발전했던 것일까? 아니면, 작은 가능성이 있는 무모함이었던 것일까. 어쨋든 한 번의 위기를 극복 할 수는 있게 되었다. 아주 작은 가능성에 대한 인정을받았다고 생각하게 된 날로부터 약 14개월간의 여정을 보낸 결과, 그 작은 가능성에 대한 결과는 두 가지 또 다른 가능성을 낳았다. 하나는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활동한 결과를 통해서 얻어낸 약 1억원의 매출성과와 다른 하나는 영국을 기반으로 하는 해외의 연구조직과의 교류의 시작이다. 하지만 여전히 앙꼬없는 찐빵을 연구하는 그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조만간 한 번 더 한계를 느끼며 자금조달을 해야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나의 무모함에서 시작하여 결심한 창업과 사업에 대해 진정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증명을 할 수 있게 될 것일까? 혹시 정책자금조달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자금조달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무모함에서 시작된 이 가능성을 증명해야 하는 진정한 시기가 다가온 것은 아닐까?
복잡한 생각더미에 갇혀버린 나를 발견하면서 창업의 과정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부터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능성으로 인정받는 단계 자체가 중요한 중요해지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결국 모든 불안과 걱정을 이겨내고 하나의 여정을 통해 작은 가능성들이 모임 집합이 큰 도약을 이뤄 낼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