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아, 엄마가 말주변이 없고, 배운 게 없어서 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이 노래 꼭 한번 들어봐라. 딱 내 맘이라~. 그리고 네가 제일 소중하데이~. 너를 아껴.”
여느 워킹맘처럼 정신없이 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스스로를 토닥이며 하루하루 버텨오던 그때, 코로나의 복병과 둘째 아이의 어려움, 나의 일 가운데 고민하다가 쉼을 결정하게 되었다. 나의 일에서 무책임하게 떠나야만 우리 아들 앞에서 책임감 있는 엄마가 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선택 앞에서 많이 괴로운 시간이었다. 아이는 엄마를 원하는데, 나는 나의 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멈추고 싶지 않았기에 쉼을 결정하기까지 참 힘들었다.
아이가 힘든 것이 엄마로서 내 역할이 무언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그 헝클어진 것을 올바르게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는 아들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몰라 좌절하던 그때 엄마를 통해 듣게 된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왜 그토록 눈물이 났을까?
작년에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엄마의 빈자리, 그 헛헛함을 달래준 것이 임영웅의 목소리였다. 우리 엄마에게 임영웅의 노래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외할머니를 보내드릴 수 있었던 힐링곡이었다. 이제 그의 노래 중 한 곡이 힘들어하는 딸을 위로하는 힐링곡으로 다가왔다. 이 시간을 잘 보내주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져서, 그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서 그렇게 많이 울었나 보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나에게는 40년의 이야기가, 우리 아들에게는 10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후 6개월에 입원, 다양한 검사, 잦은 응급실행, 대학병원, 두 번의 수술, 코로나의 불안, 안전 벨소리에 맨발로 달려 나간 그때의 심정, 목에 비타민이 걸려서 숨 쉴 수 없던 그 순간... 이 모든 것이 쌓여서 아이는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기 시작했다. 어느덧 1년이 되었다. 병원으로 상담심리로 육아서적과 강의로 열심히 달렸다. 부모로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ADHD 검사를 권유하기까지 했다. 아이는 회복되었고, 다시 예전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나는 온전히 한 아이의 엄마로 서게 되었다. 엄마가 된 12년 이후,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 가장 많이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살아가며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는 아이에게
“그래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래도 넌 소중해.”
라고 말하며 힘을 실어주는 자리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아들은 나에게 ‘멈춤’을 선물해 주었고, 엄마는 음악으로 '소중한 나'를 만나게 해 주었다. 어린 시절 일하는 엄마에게 투정 한번 부리지 못하고 일찍 철들어버린 나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야 엄마 앞에서 철없이 울고 있는 '어린 나'를 만난다. 엄마 앞에서 쏟아내고 새 힘을 얻은. '어른이 된 나'를 만난다. 힘들 때 힘들다고 표현하는 우리 아들이 나이에 알맞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감사로 다가온다.
'엄마의 자리'는 나와 만나는 시간이다. 지나온 나를 토닥여주고 인정해주니 아들이 보인다.
"많이 힘들었구나. 엄마가 필요했구나. 그냥 힘들다고 투정 부릴 엄마가 필요했구나. 여기에 적을 수 없는 그 많은 일들을 네가 지나오느라 힘들었구나. 울어도 돼. 괜찮아. 어떤 일이 있어도 넌 소중한 나의 아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