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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전 Feb 13. 2022

기여하고자 하는 아이들(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생활 속 하브루타

하루 중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한 가지에 멈추어 골똘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책을 읽으며, 좋은 글귀를 발견하며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면서 얻어지는 생각의 유익을 아이들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것이 하브루타였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바로 아이들에게 적용하기 전에 부모인 내가 먼저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하브루타 부모교육을 들으면서 하브루타의 유익을 알고 적용하기에 앞서 부모의 마음가짐을 먼저 준비해야 함을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잘 알고 있는지,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관찰하며 경청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먼저 살피는 시간을 매일 훈련 중이다.


 오늘은 생활 속에서 하브루타를 적용한 내용을 기록한다. 첫 강의 후 숙제가 선녀와 나무꾼으로 질문을 만들어 이야기 나누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올해 "하브루타"를 알고 싶어서 강의를 듣는다는 이야기를 미리 했었다. 그리고 오늘은 "숙제"를 도와달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기여"의 성품을 끌어올려서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대화 시간을 보냈다.      


  얘들아, 엄마가 숙제가 있어. 질문 만들기인데 도와줄래?   

아이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이었기에 아이들도 흔쾌히 숙제를 함께 하게 되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이야기를 들려준 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답하는 것이다. 질문의 여러 가지 유형을 배웠지만,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미 호기심 많은 질문왕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이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궁금함을 가지기 시작한다.


(딸의 질문)
 왜 선녀 언니들은 막냇동생 선녀를 안 데려갔을까?
울고 있는 동생을 보고도 왜 안도와 준거야?”
          
(아들의 대답)   
그러게, 서로 얘기하느라 몰랐나?
당연히 올 줄 알았나?
동생이 미웠나? 가인과 아벨처럼...     

     

오? 아이들의 생각의 깊이와 넓이는 어른의 딱딱함보다 훨씬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다.     


(아들의 질문)  
근데 왜 말 타고 왔을 때
 땅에 내려오면 안 되는 거야?”     
(딸의 대답)
 선녀의 복수 아니었을까?
선녀도 나무꾼 때문에 그동안 엄마를 못 봤잖아.
  
(엄마의 질문)
 근데 나무꾼은 왜 닭이 된 거지?    
(아이들 대답)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과 아내가 보고 싶어서
근데 나무꾼이 닭이 된 것처럼 사슴도 원래 나무꾼이었던 거 아니야?
사슴도 옛날에 나무꾼이었다가 똑같은 실수 해서 사슴이 된 거야.ㅎㅎㅎ    

     

하브루타를 이론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질문도 생각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 이야기가 선녀 입장에서 얼마나 당황스러운 이야기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생각이 확장되며 선녀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알려준 사슴 역시 과거 어느 날 사슴이 된 나무꾼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했을 때는 그 참신함에 놀라웠다.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앞뒤의 내용을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을 듣게 되니 앞으로가 기대되었다.

     

하브루타 수업 시간에 소그룹으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또 다른 깊이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 엄마는 나무꾼에게 왜 팥죽을 주었을까?

- 아들이 두레박을 타고 떠났을 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 나무꾼이 하늘에 왔을 때, 선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이들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시선으로 옮겨보니 <선녀와 나무꾼>에서 부부관계까지 생각이 확장되었다. 정답이 없는 대화를 자유롭게 나누어보면서 딱딱했던 생각이 말랑말랑하게 유연 해지는 것 같았다.      

너무나 익숙한 전래동화의 한 장면이 생각을 이토록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니 질문의 힘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아이들 속에 있는 "기여", 엄마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 같아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오늘도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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