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 숙제를 핑계 삼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은 탈무드 <다섯 부류의 사람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질문을 가만히 들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왜?"이다. "왜?"에서 시작한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나라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도 자연스럽게 생각을 들어본다.
탈무드 <다섯 부류의 사람들> 내용 요약
한 척의 배가 항해를 하다가 폭풍우를 만나 길을 잃고 말았다. 그때 멀리 아름다운 섬이 보였다. 그 섬에는 진귀하고 아름다운 꽃과 먹음직스러운 과일나무, 온갖 새들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다섯 부류의 사람들로 나누어졌다.
첫 번째 부류는 그들이 섬에 내린 동안 배가 갑자기 떠날 것을 우려하였다. 그래서 섬을 구경할 생각조차 않고 목적지로 갈 것을 생각하며 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두 번째 부류는 서둘러서 섬으로 내려가 시원한 마무 그늘에 앉아 맛있는 과일을 실컷 따먹으면서 기운을 되찾은 다음 즉시 배로 되돌아왔다.
세 번째 부류는 섬에 내려가 아주 오랫동안 즐겼으나, 갑자기 순풍이 불어오는 것을 알고는 배가 떠날 것을 염려하여 허겁지겁 달려왔다.
네 번째 부류는 선원들이 닻을 걷어 올리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서둘러 돌아오지 않았고, 선장이 설마 자기네들을 놔두고 떠나기야 하겠냐며 그대로 섬에서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배가 떠나려 하자 허겁지겁 물에 뛰어들어 헤엄친 다음에야 올라탔다.
다섯 번째 부류는 섬에 내려가 그 경치에 도취되어 먹고 즐겼기에 배가 출항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숲 속 맹수들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했고, 일부는 독 있는 열매를 먹어 병이 들기도 해서 결국은 죽은 사람도 있었다.
“왜 갑자기 폭풍우를 만났지?”
- 우리도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지.
“첫 번째 부류는 왜 즐기지 못했을까?”
-배가 갑자기 떠날까 봐 걱정됐나 봐.
-그래도 섬에 가서 잠깐 보는 건 괜찮을 텐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아?”
-난 달리기 좋아해서 뛸 자신이 있어. 3번
-언제 가보겠어. 적당히 즐기다 와야지. 3번
-나도 구경하다 올래. 3번
-그래도 안전한 게 낫지. 2번
실제로 여행중에 비행기가 결항되어서 무작정 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려야할 때가 있었다. 그때 과감히 택시를 타고 밖으로 나가서 여행의 마지막까지 즐기다가 비행시간에 맞춰 다시 공항으로 돌아왔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우리 가족은 3번의 경향을 보였다.
“근데 그 섬에 원주민이 있었을까? 왜 섬에 남은 사람은 비극적인 결말이었지? 내가 5번째 부류였다면 어떨 것 같아?”
- <캐스트 어웨이>처럼 배를 만들어서 탈출해.
- 같이 내린 사람들과 놀다가 같이 힘을 합쳐서 탈출해.
이번 탈무드는 모험처럼 느껴졌는지 아이들이 흥미롭게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나눈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함을 가진다. 나이에 따라, 성격에 따라, MBTI에 따라, 민족에 따라, 호기심에 따라서 다섯 부류로 나눌 수 있다면서 자기만의 논리로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분류 기준을 들어보니 나이, 성격, 민족, MBTI에 대한 자기만의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놀라웠다. 그리고 이 배에 탄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여행을 시작했는지에 따라서 분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발견을 한다. 여행을 목적으로 왔는지, 쉼을 목적으로 왔는지, 가족에게 가는 길이었는지... 등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왔는지에 따라서 섬에 가고자 하는 태도도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도 표현한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했을 때, 모두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결정을 내린 사람들과 함께 항해를 떠나는 선장의 기분은 어땠을지 물어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잔잔한 순풍이 불 때를 기다려서 모두를 안전한 항구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선장은 차마 섬에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어?”
- 재미있는 여행 같아.
- 사람은 참 다양한 것 같아.
- (이런 일이 실제로 생긴다면 과연 재미있을까?)
인생의 항해를 떠나면서 때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배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새롭게 도착한 섬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내려야 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런데 과연 그 배는 안정적이었을까? 잠깐의 쉼을 마치고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안전하게 항구에 도착했을까? 다시 풍랑을 만나지는 않았을까? 섬에 남게 된 다섯 번째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일부는 죽임을 당하기도 했고...."
나머지 일부는 그 섬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 적응하며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한 것 같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함께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래도 이 배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 섬에 혼자 남게 된 것이 아니기에 함께 힘을 합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섬 탈출만이 답이 아니라, 섬 원주민들과 친근해져서 오히려 섬 생활에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도 해 보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다섯 번째 부류는 섬에서 즐기다가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아니라,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