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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파르 Feb 07. 2024

탕후루 안 드셔 보신 분?

저는 닭가슴살이 더 좋습니다

저는 매니큐어를 바르지는 않지만 손톱이 깔끔하게 정돈된 것을 좋아해서 한 달에 두세 번씩은 케어를 받습니다. 벌써 같은 네일샵에 1년째 다니고 있네요. 그러다 보니 이젠 네일샵 사장님과 친분이 생겨 관리를 받으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곤 합니다. 오늘 사장님이 문득 제게 “무슨 탕후루 좋아해요?”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탕후루? 먹어본 적 없어요. 너무 달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니, 사장님이 흠칫 놀라더라고요. 사장님은 먹거리 공감대 형성에 성공하고 싶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제게 또 물었어요. “음.. 저는 어제 마라맛 엽떡 먹었는데 맛있더라고요!” 성공을 갈구하는 반짝이는 눈빛. 안타깝게도 저는 수줍게 대답했어요. “엽떡 같이 매운 건 잘 안 먹어요. 심지어 마라탕도 먹어본 적 없어서 무슨 맛인지 몰라요.”


몇 초 간의 “…” 정적이 흐른 뒤, 사장님은 또다시 제게 “그럼 보통 뭐 먹고살아요?”라고 물으며 밑 입술을 살짝 깨물기에, 저는 “밥, 고구마, 삶은 달걀, 닭가슴살, 바나나…”라고 답했어요. 사장님은 살짝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제게 “아니 저.. 저기 그럼.. 식사 말고 간식으로 과자 같은 건 안 먹어요?”라고 묻기에, 제가 “간식은 견과죠. 노화방지!”라고 도리어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사장님은 그 많은 질문을 하면서도 바삐 움직이던 오른손을 탈탈 털면서 이마에 얹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제 표정은 ( ? . ? )


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이상한가요? 사실 저는 살이 잘 붙는 체질인데, 키와 골격이 있는 편이라 살이 조금만 붙어도 거대한 느낌을 풍겨서 20대 초반부터 주로 현미, 달걀, 고구마, 닭가슴살 같은 것들을 먹고살았어요. 물론 누가 다른 것을 먹자고 하면 흔쾌히 따르지만 저 혼자 먹을 때는 대부분 그렇게 먹어왔거든요. 지금은 그것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루에 세 번 양치를 하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요. 양치하듯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거죠. 그리고 계속 먹다 보면 닭가슴살 정말 맛있거든요.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저녁으로 채소와 닭가슴살과 현미와 김을 먹었습니다. 아주 아주 맛있게요.


요즘 제 일상을 보면 일, 운동, 독서가 전부인데요, 심지어 먹는 것도 저러(?)하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슨 재미로 사냐는 말을 듣습니다. 저는 일, 운동, 독서가 전부인 제 삶이 아주 재미있고, 일, 운동, 독서에서 조금의 나아감이 느껴질 때는 뿌듯하기도 해요. 약간 다른 일, 약간 다른 운동, 약간 다른 독서를 계획할 때는 설레기도 하지요. 제가 항상 먹던 것을 먹을 때도 먹는 즐거움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도 절레절레 인가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절레절레 일 지언정, 제가 즐거워서 싱글벌글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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