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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비 Jul 04. 2024

인테리어, 어디까지 해봤니?

난, 세 채...

2022년 말,

월세 받으려고 샀던 집에 들어가서 살기로 결심했다.

2년 거주요건을 채우자고.


2003년도에 준공된 주상복합은 꽤 관리가 잘 되긴 했지만 그래도 20년의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2023년 봄, 비슷한 연식의 집을 보러 다니면서 우리 집이 얼마나 관리가 잘되고 깨끗한 집인지, 그리고 애초에 좋은 자제를 사용해서 지어진 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나 이사하면서 그랬는지 마루 바닥에 어린아이가 검정 크레파스로 낙서를 해놓은 듯, 검은 선들이 정신없이 늘어져 있어 그게 제일 마음에 걸렸다.

앞으로 세입자를 받게 되더라도 그것이 영 신경 쓰일 것 같아 2년만 사는 집이지만 수리를 해서 들어가기로 했다.

나중에 세입자를 받아도 수리를 해야 할 것이라면 우리가 살 때 깨끗하게 수리를 해서 들어가자고 결심을 한 것이다.

이 결심은 나에게는, 가장 허영에 찬 결심이었다.

그냥 살 수도 있었지만 예쁜 집,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허영을 기반으로 큰돈을 쓰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제는 "세 줄 집"이었다.

찾아보면 대략적인 기준이 있는 게 세주는 집의 인테리어이다.

우리도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바닥, 도배, 화장실.

넓지 않은 집이니 바닥은 밝은 톤으로 하기로 했고 이에 맞추어 싱크대와 방문, 붙박이장, 신발장도 하얀색으로 필름을 시공하기로 한다.

대략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정했으니 이를 기준으로 견적을 받아야 한다.


우선 네이버 카페의 박목수에 견적을 올린다.

그러면 박목수에 소속된 업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쪽지가 온다.

쪽지 오는 곳 중 마음이 끌리는 곳에 연락해 개인적으로 견적을 받고 박목수의 견적과 비교를 했다.

그리고 인테리어를 한다고 하자 지인을 소개해 준다는 사람들이 있어 그쪽에서도 견적을 받았다.

견적을 받으면 받을수록 알게 되는 것이 많다.

바닥은 무엇으로 할지, 도배지는 어떤 것으로 할지, 화장실 타일은 덧방으로 할지 새로 시공을 할지 등등 초반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다시 한번 정리가 되고

이후에 상담을 하게 되는 업체들에게는 전문지식에서도 밀림이 없이, 꿀림이 없이 제법 비등한 수준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숨고 등에서 바닥공사, 도배, 화장실 공사에 대한 별도의 견적도 받아보았다.

이렇게 할 경우 전체 핸들링을 내가 해야 하므로 그 점을 감안해서(내 인건비를 감안해서;;;) 견적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색하다가 우리 건물의 다른 집을 인테리어 했다는 한샘 직원분의 블로그를 보고 그분께 연락을 했다.

무엇보다 건물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우리가 첨언하고 알려줘야 하는 품을 덜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었고 기대는 현실이 되어 엘리베이터 사용 비용, 주차비 등등 공사하며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그쪽에서 미리 알려주고 조치를 해주었다.


그렇게 견적을 받아 비교하고 또 비교한 끝에 최종 두 업체를 남겼고

두 개의 업체와 가격 네고에 들어갔다.

이래저래 가격을 흥정하며 우리가 했던 말은

아직 인테리어 할 집이 3채가 더 있으니 이번에 잘해주시면 앞으로 믿고 맡길게요.

였다. 이런 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실질적으로 가격에 반영이 되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허세(?)를 떨어서라도 총액을 깎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

반은 진짜고 반은 '그럴지도(...)'였는데.. 뭐 나중에 이 말이 사실이 되었으니 우린 그때 사실을 기반으로 흥정을 한 것이다.


그렇게 흥정에 응해준 업체가 한샘이어서 최종적으로 한샘과 작업을 하게 된다.

우리 건물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내가 관리사무소와 연락을 해서 알아봐야 하는 것이 거의 없었고 알아서 착착 잘해주셨다.

그리고 AS도 1년간 해준다고 하니 그 점도 안심이었다.

바닥은 강화마루

도배는 합지(어차피 세입자 들어오면 다시 해줘야 할 것 같아서)

문은 필름시공을 하되 손잡이는 교체

화장실은 타일 상태가 생각보다 양호해서 도기만 교체

붙박이장, 싱크대 필름시공

콘센트 및 전등 스위치 교체(조명은 매매하자마자 LED로 교체했었다)

크게 이런 카테고리로 진행을 했고 전용면적 59제곱미터의 집 수리비로 천만 원에서 아주 약간 빠지는 금액이 책정됐다.


보통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최초에 받은 견적과

공사를 진행하며 추가되는 비용을 감안해서 예산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집 공사를 진행해 주신 한샘 팀장님은 그런 일을 없을 거라고 철석같이 약속을 하셨고 실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우리 집이 공사 범위도 넓지 않고 간단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추후 엄마 집 누수 때문에 올 수리를 하게 됐을 때도 처음 견적 그대로 공사를 진행해 주셨다.


내가 들어갈 투룸 주상복합과 함께 공사를 진행한 게 내가 살던 원룸의 공사였다.

이 집도 20년이 되었는데 더위를 안타는 내가 몇 번의 여름을 에어컨 없이 나다 보니 동남아 뺨치는 대한민국의 습기가 마루를 잡아먹어버렸다. 마루 조각(?)의 양 옆이 다 일어나는 처참한 상황이 벌어져서 세를 주기 위해서는 무조건 바닥공사는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원룸은 바닥공사, 도배를 진행했다.

바닥과 도배는 간단할 것 같아 숨고에 올려 따로 알아 봤는데, 이 역시도 한샘 팀장님이 견적을 주신 게 거의 비슷한 가격이어서 그냥 한샘과 진행했다.

 

원룸 공사는

바닥 데코타일

벽지-합지


샤워실 줄눈공사는 함께 해주실 수 없다고 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어쩐지 할만할 것 같아 내가 했는데

망했다 ㅎㅎㅎㅎㅎ

아니.. 그냥 사용하자면 할 수는 있는 상태였지만 여튼 전문가의 손길을 아닌 똥손 망손이 공사한 게 조금은 티가나는 줄눈이 되어버렸다 ㅠㅠㅠㅠ

다음 세입자분 들어오실 때는 줄눈도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보아야지.. 떼잉...


공사를 하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하여 공사 진행상황을 체크했는데

매의 눈이 아닌 나는 솔직히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서랍장도 없고 옷걸이를 걸 수 있는 봉도 없는 붙박이장이 몇 칸 있어서 옷걸이 봉 설치를 부탁드렸고

베란다 조명이 상태가 안 좋아 교체를 요청했다(조명을 사다 두면 교체해 주는 방식)

그리고 인터폰은 창고에 남는 게 있다며 교체해주시기도 해서 공사를 하는 동안은 큰 스트레스 없이 작은 것들을 요청하고 그것을 수용해 주시는 팀장님께 감사하며 무사히 보냈다.


그래서 나에게 인테리어는, 공사하는 동안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것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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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be continued


집 3채 인테리어를 하고 나니

인테리어가 지긋지긋 해졌다.

그리하여 원래 4채째 인테리어를 할 예정이었던 우리는 올 수리된 집을 구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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