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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Aug 06. 2023

퀴어 페미니즘 입문서? 페미니즘을 퀴어링!

2023년 6월의 지금 나의 관심사|페미니즘을 퀴어링! (미미 마리누치)

책속의 말

그럼에도 ‘페미니즘’을 유지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그 반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그저 우연히 이분법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결과로서 여성 또는 여성으로 지정된 사람들이 종종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퀴어 페미니즘’에서의 ‘페미니즘’이 주요한 언어적 그리고 개념적 변형을 통해 무의미해질 때까지 혹은 무의미해지 않는 한, ‘퀴어 페미니즘’의 ‘페미니즘’은 여전히 유의미할 것이다. (p.174)
LGBT+에게 안전한 다양한 장소가 생겨났지만 이성애자 연대자들은 그들의 이성애자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실제로 (‘이성애자’에 강조점을 둔) 이성애자 연대자들로서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이성애 특권을 강화한다. 그러나 연대자를 ‘이성애자’라고 기술하지 않더라도 LGBT+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연대자의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이성애 특권을 강화한다. (중략)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을 연대자로 정체화하는 것이 그들이 연대감을 주장하는 바로 그 사람들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p.189)
어떤 이들은 하모니 로드게리스 공주가 “연대자 극장 ally theater”라고 말한 현상을 제안한다. 이 현상은 자기 선언적이고 자기 찬양적인 연대자가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좋은 연대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찬사에 대한 기대는 이성애자 특권의 또 다른 표현인데, 연대자들에게 그들이 표하는 지지는 의무 이상의 것이며 따라서 칭찬받을 만하다는 인식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성애자 특권이기 때문이다. (p.190)




6월 프라이드 먼스(성소수자 인권의 달)*에 읽은 책은 “페미니즘을 퀴어링!”이다. (비록 6월은 물론 7월까지 지나버렸지만) 제목의 ‘퀴어링!’ 이 마치 무슨 마법 소녀의 주문 같기도 한데, 퀴어링의 의미는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드는 과정’이며 ‘반드시 성적인 맥락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원제는 “Feminism is Queer”이지만, 번역 제목인 “페미니즘을 퀴어링!”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퀴어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젠더 정체성과 성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루고 있다. 섹슈얼리티, 섹스, 젠더의 이론을 전체적으로 훑으며 마지막 4부인 퀴어 페미니즘에 도달하게 된 맥락과 배경을 설명하는 구성이다.

이 책의 소개에 ‘입문서’라는 말이 눈에 띈다. 과연 이 책이 퀴어 페미니즘의 입문서인가? 그건 맞다고 본다. 하지만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 이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될 만큼 쉽고 명쾌한가? 그렇다기엔 제법 난도가 있다고 느꼈다. 그야 아무렇지 않게 주디스 버틀러 얘기가 나오는데 이 책이 어떻게 단순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아무것도 모르고 독서모임 친구들과 버틀러 책을 읽었다가 정신이 혼미해진 경험이 있기에, 기본적인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 이론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독자, 서양(특히 미국)의 페미니즘 역사를 그럭저럭 숙지한 독자여야 이 책을 읽을 때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번역도 조금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는데,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 자체가 어려운 건지는 모르겠다.

입문서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여러 수준의 독자에게 적합한 책은 맞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장이 끝날 때마다 ‘생각과 행동’이라는 코너를 통해 정말로 해당 장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추가적인 논의 또한 전개할 수 있도록 연관된 질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혼자서 개념을 이해하고 확인하기에도 좋을테고, 독서 모임이나 공부 모임에서 한 장씩 함께 읽기 후 생각 나누기에도 좋아 보인다. 책의 마지막에는 참고문헌을 정리해두었는데 책과 기사, 논문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나 블로그 등도 추가자료에 포함해 다양한 매체의 참고자료를 접할 수 있어 지식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방향으로 어떻게 뻗어 나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니, 그렇게 따지면 이 책은 입문서가 맞다고 하겠다.


*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에 대한 설명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블로그에서 참고하면 좋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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