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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루 Jul 23. 2024

비루함과 비참함

[지금은 새벽 두 시 반] 19회


요즘 화장실 청소하는 영화 후기가 많이 올라온다.  

나는 무슨 일본 화장실 자랑하는 영환 줄 알았다. 일본에 투명 유리 화장실 있다고...

그도 그럴 것이 한 흑인 외국인이 노골적으로 화장실이 투명한데 어떻게 볼 일을 보냐는 질문에 방법을 알려준다.


한국에도 특이하고 좋은 화장실이 많기로 유명하다.

단 사용해 본 일본애들 말이 한국도 깨끗하고 좋은 곳이 많은데 여자 화장실이 화장지 때문에 더럽다고 한다.

아무튼 이 영화를 '독거노인이 혼자 공중화장실 청소를 하는 내용의 영화구나'라고 생각하면 비참하고 비루해진다.


삶이 비루할지라도 생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것이 때론 고통일 수도 있고, 멋지지 않아도 말이다.

나도 예전에는 성공과 실패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할 때 비로소 비루함 abjectio이란 노예의식은 사라질 것이다. 어디서 어떤 삶을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빔 벤더스 감독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파리, 텍사스'이다.

주인공이 이쁜 것도 있겠지만 영상미가 떠오른다.

역시나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들어가 있다.

비참함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자극된 감정이고

비루함은 타인의 언행이나 외부적인 자극을 받아 내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다. 인간의 뇌는 외부적인 자극으로부터 본능적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적으로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삶을 임하는 태도와 바라보는 눈을 바꾸면 다양한 타인의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 루틴 속에서 자고 일어나 하늘을 보고,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스카이트리 송신탑을 올려다 보고, 차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로 동물들의 해 뜨는 집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들으며 출근하는 모습과 퇴근 후 목욕을 하고 야구를 보면서 나마비루 한 잔 하는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일을 소중하고 섬세하게 살아가는 자세 자체가 어떻게 사느냐의 답일 것이다. 사람들은 시선은 비참한 삶이라 보라볼 수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비루하지 않다.


영화는 그저 담담하게 그 삶을 따라가 주기만 한다.

어린 시절 전설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전설이란 비범화지 못한 사람이 비범했고 닮고 싶었던 사람에 관한 희망 같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대가 비범하다면 전설 따위는 믿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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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집 근처 새벽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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