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조각을 모아서.
우영우 주위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가 판타지라는 걸 감안하고 본다면 볼 만 했을지 모르겠다. 물론 제작진이 생각도 많이 하고 만든 내용일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다정하고 편안한 세계에 대한 무의식적 반감일까. 믿음은 작아지고. 왜 다 거짓말처럼 느껴질까.
우영우는 귀엽고 착하고 자신의 일을 잘 할 뿐더러 믿음도 있다. 세상에 무해한 존재겠구나싶다. 그런데 병을 가진 이에게, 또 내게 세상은 그렇게 될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두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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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 가면 무화과 나무가 있었다. 제 이름대로 꽃이 피지 않아서 요리조리 나무를 살펴보고 있으면 할머니는 "열매 안으로 꽃이 핀단다." 라고 말하며 하나를 뚝 따 갈라주셨다. 하얀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무화과를 반으로 쩍 가르면 안에 빠짐없이 들어찬 꽃술이 담백하게 달았다.
외할머니가 따 준 무화과는 노지에서 자라 껍질은 두껍지만 풋풋하면서 진득하게 묻어나는 달콤함이 참 좋았다. 그때가 생각나 가만히 마음을 쓰다듬어 본다. 그리움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곳에 있다가 섬광처럼 나를 질러간다.
지금 그 맛이 나는 무화과는 어딜 가봐도 없다. 어쩌면 사실은 그 시절의 할머니가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집 마당에도 무화과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맛은 생애를 흐르는 기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