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카페 하우스서울
루틴처럼 피부과를 들리는 김에 함께 가는 카페가 있다.
바로 종합운동장역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서울(HOWS SEOUL)
좋은 공간도 막상 마음먹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오기는 힘들다. 퇴사 후 프리랜서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서 어짜피 매달 가야하는 피부과 옆에 있으니 아예 오전에 진료를 보고 오후까지 전시를 보고 오는 루틴을 만들었다. 매번 음료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철저히 계획된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스페셜티 커피와 음료, 디저트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신경쓰지 않은 부분이 없는 이 곳은 매달 바뀌는 전시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게 편안함과 영감 덩어리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송파구 복지라고 할 정도.
여전히 하우스서울은 전시 중이었다. 커피를 주문하기 전 1층 전시를 쭉 둘러보다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원형 좌식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았다. 여긴 낮에 오면 햇살이 비치는 개인 작업실이 되는 명당이다. 혼자 앉기 미안할만큼.. 좋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옅은 햇살과 단정히 걸린 작품 세 점을 보고 있자니 절로 행복해졌다.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 건 창 밖으로 처음 발견한 예쁜 우편함. 붉은 벽돌 벽에 잎이 많은 식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자가 비치니 순식간에 프로방스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음료를 주문하고 재빠르게 지하 1층 전시도 보러 내려갔다. 아쉽게도 금새 진동벨이 울려 음료를 받아 식기 전에 한 입 마셨는데 와.. 정말 밤가루와 차갑고 진한 치즈폼, 달달하고 따뜻한 우유가 별미였다. 역시 하우스서울의 음료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아. 머물 핑계가 생겼으니 한참 앉아서 아까 눈여겨본 그림자와 우편함 뷰를 감상했다. 좋은 뷰는 시간을 과감하게 들여 가만히 감상할 때에 진한 심상을 보여준다. 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겠지만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순식간에 홀짝이며 다 마신 잔을 아쉽게 바라보다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하1층으로 내려갔다. 물을 떠 마시다가 책 잡지에 눈길이 갔다. 크게 인쇄된 예쁜 풍경과 로케이션 사진들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사진을 넣어서 잡지처럼!) 이번엔 찬찬히 그림을 살펴봤다. 사막의 모래빛 같은 핑크와 빈티지한 민트의 조화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이사가는 집에 포인트 컬러는 민트로 해볼까?
그러다 서점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 전시중인 원화들과 다른 그림을 엮어 만든 고양이 책도 읽어보고, 이미 알고 있는 책이 많아서 스르륵 둘러봤다. 그러다 책 앞표지에 예쁘게 두른 리본이 귀엽고 마침 프로방스의 기분도 느꼈겠다, 프로방스 미술책과 퇴사 후 미술유학 책을 골랐다. 책이다보니 정보성 글이 많길래 니스에 살다온 나는 스르륵 훑어만 볼 생각이었다. 그러다 문득 니스에서 보고 오지 못한 것들이 훨씬 많아서 아쉬운 마당에 이 책도 지금처럼 이렇게 넘겨버리면 계속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가볍게 읽어보기 시작했다. 선별적으로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 자리에 앉아서 내리 한시간을 읽었다. 그래서 나머지 책 한 권은 표지만 아쉽게 만지작거리다 왔다는 사실.. 저 책은 사서라도 읽어보고 싶다.
영상편집도 어제 간만에 다시 해봤는데 정말.. 너무 재밌었다. 왜 이제 다시 했지!
다음 영상은 책으로 한층 풍부해진 프로방스로 다시 가볼까..? 흐흐.
날은 매우 춥지만 햇살은 너무 좋은 눈부시게 맑은 겨울날 카페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