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살린 게 아니라 네가 날 살린 거야 <4>

집에 혼자 남겨진 개는?

by 칠십팔수

두근두근... 과연 나의 방과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칠십팔 수를 데려오기 전에 일단 2단 선반장의 물건들은 전부 박스에 집어넣고 2단 선반장은 집 밖에 내어 놓았다. 혹시나 선반장에 있는 물건들을 칠십팔 수가 호기심에 다 망가트리거나 물어뜯는 상활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심정이었다. 서랍장도 2단 서랍장을 2개 나란히 붙여 사용했는데 1개의 서랍장을 다른 서랍장 위에 올려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고 하여튼 최대한 물건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나름 노력하여 정리하였다. 또 혹시나 몰라서 나의 양말, 고무장갑, 가방 끈 등을 일부러 방에 놓고선 그거라도 가지고 놀아라는 심정으로 놔구고 나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와 보니 정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납작 엎드려 꼬리 흔들면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다가오는 칠십팔 수를 뒤로한 채 먼저 집안의 상태부터 체크 하였다. 집이 집이..... 너무너무 그대로였던 것이다!! 이건 뭐지? 진짜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물건들은 하나 건드린 것이 없다. 양말의 위치만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을 뿐 끈과 고무장갑은 내가 놓아둔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나는 진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친구 집의 강아지는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 수였고, 다른 경험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집이 깔끔할 수가 없는 것이 정상인데..

자 일단 나의 예상은 빛나갔고 2차적 문제 똥오줌이 남아있었다. 아니 근데 이게 웬일 인가??!! 나의 불안감과는 다르게도 칠십팔 수는 큰방과 거실에는 흔적조차 없었고 작은 방에만 2개의 오줌과 1개의 대변이 오늘 아침과 같은 상황이 그대로 였다. 아니 똥오줌을 어느 정도 가린다는 말이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어떻게 작은 방에만 이렇게 눌 수 있다는 거지? 이게 가능한가? 칠십팔 수는 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무엇을 신경 쓰고 있는지 알고 행동하는 것처럼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웃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대소변을 닦아내었다.

웃으면서 남의 똥과 오줌을 치우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웃겼다. '잘했어 똑똑한데? 대소변을 가린다고? 에이 설마? 우연이겠지?'라며 혼잣말을 하면서 치우는데 계속 다가와 오줌을 밟으려고 하는 기특한 칠십팔 수를 작은방 책상 위에 올려놓고선 웃으면서 소변을 닦아내고 대변을 치우는 내 모습이 너무 웃겼다.

정말 너무나 신기하고 비정상적으로 깔끔했다. 이 깔끔함과 얌전함에 놀라며 책상 위에서 뛰어내릴 엄두도 못 내고 끙끙거리는 칠십팔 수를 바라보고 끌어안아 올리며 '아이고 칠십팔 수야 아무것도 안 건들렸네~~ 잘했어, 오떻게 오줌 하고 똥은 작은방에만 했니? 비교적 더러운 방을 본능적으로 느꼈구나' 하면서 입맞춤을 해주었다. 칠십팔 수는 그런 나에게 날아갈 듯한 프로펠러 같이 꼬리를 흔들며 우렁찬 혀놀림으로 나의 얼굴을 온몸을 비틀어가며 핥아 주었다.

그렇게 녀석을 끌어안고 그대로 큰 방바닥에 들어 누워서 칠십팔 수와 스킨십을 하였다. 칠십팔 수는 나의 얼굴에 꿀을 발라 핥아먹는 것처럼 열정적이었고 그 열정을 이기지 못해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피하는 나의 얼굴을 나의 몸을 밟고 뛰어넘어 다니며 핥아 데었다. 너무나도 기특했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너는 혹시 천재???


그래도 반신반의하였다. 오후에도 나갔다 오면 혹시 그대로 일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그래도 지금 너무 기특하니깐 상으로 사료를 듬뿍 방과 거실마다 여기저기 뿌려 주었다. 그릇에 담아주면 너무 빨리 먹어 삼키는 것 같기도 하였고 뿌려주니깐 엉덩이 뒤뚱거리며 한알 한 알 주워 먹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여 사료를 줄 때는 뿌려 주었다. 그러자 칠십팔 수는 정신없이 뿌려진 사료를 킁킁거리며 찾아다니면서 먹어대기 시작한다.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흠이라면 먹을 것에 너무 집착한다 라는 정도인데 '아직 어린 강아지니깐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어떻게 다 장점만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녀석이 사료를 찾아 먹는 사이 나는 녀석이 마실 물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 놓아주고 그렇게 나는 돌아서 방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 작업을 하였다. 그렇게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녀석은 사료를 다 찾아 먹었는지 나의 근처로 와서 바닥에 코를 박고선 킁킁 거리며 몇 바퀴를 사료 찾듯이 돌더니 책상 옆에 슬그머니 엎드려 나를 올려 쳐다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사료 더 없어?'라고 질문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이상하게도 절로 미소가 나오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냉정할 땐 냉정해야 하는 법. 칠십팔 수를 나처럼 비만으로 만들 수는 없었기에 나는 애써 무시하며 컴퓨터에 나의 시선을 돌려 고정한 채로 마우스와 키보드 소리만 방안 가득 울려 퍼지도록 나 역시 나의 일에 집중했다.

한참을 컴퓨터에 집중하였을 때 발등에 무언가 느낌이 나서 책상 아래를 쳐다보니 칠십팔 수가 어느 틈에 책상 밑으로 들어가 나의 발등에 턱을 오려 놓고 엎드려 있는 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전선은 정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칠십팔 수가 전선을 물어뜯어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칠십팔 수를 들어 올려 내가 칠십팔 수 자리를 만들어 놓은 그곳에 놓아두고 여기서 자라면서 놓아주었다. 그런데 칠십팔 수는 그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다시 책상에 앉으면 또 책상 밑으로 들어와 앉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녀석과 3번의 왔다 갔다 반복을 하였고 그냥 나는 책상에 얌전히 엎드려만 있는 칠십팔 수를 쳐다보면서 그래 선을 물지 마라 제발 이라면서 백기를 들어 책상 밑에 엎드려 자게 해 주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4시 반이 되었고 나는 5시에 또 나가보아야 했기에 컴퓨터를 끄고 책상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그런 나를 칠십팔 수는 계속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려 하였다.

하지만 냉정해야 할 때는 냉정해야 하는 법... 내가 일하러 가는 시간에는 어쩔 수 없어 칠십팔 수는 혼자 있어야 한다. 칠십팔 수는 혼자서 잠깐의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견뎌 내거라. 이 생활이 바뀔 순 없다. '

그렇게 나는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칠십팔 수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 나가 버렸다.


그렇게 나는 오전에 이어 집을 나가서 복도 계단에 앉아 초초한 마음으로 시간을 바라본다. 약 1분이 조금 더 흘렀을까? 칠십팔 수의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끔 우렁차게 짖기도 하였는데 낑낑 거리는 소리가 더 많았다. 오전보다 소리가 더 커진 것 같았다.

계단에 앉아 시간만 쳐다보고 있는 나는 시간이 정말 정말 천천히 간다는 것은 느낀다. 약 7분은 낑낑거림이 있고난둬에야 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곤 띄엄띄엄 낑낑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처음과는 강도가 약했다. 어느덧 소리는 들리 않고 그 순간부터 5분 정도 더 앉아있다가 일하러 가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 칠십팔 수야. 순간의 고독을 즐기는 개가 되렴....

일하고 갔다 왔어 산책시켜줄게 기다려라 라면서 나는 안쓰런 마음, 그리고 대견한 마음, 그리고 정말 기분 좋은 마음 모든 게 비벼진 비빔밥 같은 마음으로 일을 하러 출발하였다.

일하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을까?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노래방 간주 점프하듯이 지나간다. 그렇게 나는 집에 들어와 언론 칠십팔 수를 데리고 산책 가야지 라는 들튼마음과 함께 집에 복귀하였다.

나는 한 번의 불안으로 집 안문을 열었었고 이번에는 기대감으로 문 앞에 섰다...

두근두근.... 진짜.... 이번에도??? 설마?????

이렇게 나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 문을 열고 안을 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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