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알고리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온 우주가 내 소원을 들어준다는, 시크릿에 나 또한 심취한 적이 있었더랬다.
간절히 바란 것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에겐 남몰래 간직한 시크릿이 있었다.
첫째는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 즉 외국에서 사는 것
둘째는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그 두가지다.
한국은 모국이기는 하지만 내겐 너무 터프했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경쟁에 서툴렀고, 사교엔 영 소질이 없었다. 아니 소질 정도가 아니라 아예 결핍되어 있었다. 결핍된 사교성은 진화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미 스스로가 매우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터프한 세상에서 나약해빠진 결핍은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걸..
아무튼, 그래서 그냥 한국이 아닌 곳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도피는 아니지만 결론적으론 도피여도 상관없게 한국이 아닌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서 시크릿이 발현됐나보다. 한 번은 일본에서 또 한 번은 독일에서 살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무의식은 남미로 향해 있었나보다.
나는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에 흠뻑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한여름 식지 않는 아스팔트의 열기처럼, 뜨겁고 끈적이는 그 열기가 20대 내내 나를 감싸고 돌았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아르헨티나의 열기, 공기, 풍경, 냄새가 왜 그리도 생생하던지..
이과수 폭포에 가보고 싶었다. 막연히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정말 갈 기회가 생겼다. 시크릿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세상을 다 집어삼킬 듯한 폭포 앞에서 이제는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해버렸다.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의 지산락페스티벌 공연 관람했을 때 이와 같은 감정과 전율을 느꼈었다!)
그리고 2년 뒤 나는 아르헨티나 가 아닌, 아르헨티나 바로 옆 나라 파라과이에서 살게 됐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시크릿. 그런 거 정말 있나보다. 내가 집중하지 못해서 인지 조금은 빗겨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