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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점빵 Aug 20. 2022

주문을 외워 봐

이 일로 밥 벌어먹은 게 벌써 14년 차다. 그럼에도 여전히, 심사평 같은 피드백을 받는 건 무너질 듯 힘들고 속상하다. 언젠가부터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나는 이렇게 주문을 외며 견뎌 내고 있다.


"오늘의 결과물이 저 사람의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이 나의 실력과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일 수는 없다."


이런 주문을 이끄는 감정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자존심일까? 자존감일까? 아무래도 그쪽은 아닌 것 같았다. 자존심이나 자존감을 내세울 만한 멘탈과 재능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자신감'이었다. 최소한 거기에는 스스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있었다. 플레이어로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싶은 마음으로 여러 가지 기회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쏟아붓는 일상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이 바로 그것이다.


말하자면 자신감의 본모습은 "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나는 잘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해 왔어"라는 확고한 믿음이다. 그러니까 자신감을 키운다는 건 곧 노력을 쌓는 일이다.


사람들의 자의식이 높은 세상이다. 대부분 자신의 취향과 안목이 평균 이상이라고 여긴다. 브랜딩? 마케팅? 광고? 그래서 거의 모든 이가 한 마디 정도씩은 자신 있게 거든다. 우리의 일이 전문성을 인정받기 힘든 분야 중 하나라는 이야기이다.


자신감으로 무장하지 못하면 버텨내기 힘들다. 그러니까 자기 퍼포먼스에 당당할 수 있도록 매 순간 노력해야 한다. 꼰대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 바닥에서 일상으로 들어야 하는 송곳 같은 말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내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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