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xperience Expert Jun 22. 2024

진정한 체리피킹 가능했던(?) 새우깡 팝업

오랜만에 사람들과 성수 팝업을 다녀왔다. 여러 곳들을 갔지만 역시 가장 머릿속에 오래 남았던 건 새우깡 팝업이다. 굳이 그 이유를 뽑자면 많은 선물을 줬기 때문? 아침에 웨이팅을 걸어놨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4시 쯤 방문했었다. 농심에서 야심차게 준비했을 테지. 나 또한 그 규모를 대충은 알고 있었기에 기대를 했었고,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었다.


사실, 선물이 아니더라도 나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첫 입장부터 우리를 반겨줬던 직원 분들. 오후 4시 입장이라는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지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웃음으로 맞아주신 그 분들이 생각에 남는다. 누군가보면 당연한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그들은 농심 직원이 아닌 파트타임 지원자들일 것이다. 그 분들 덕분에 농심의 이미지가 좋아진다고 생각해보면 사람을 잘 활용하고 교육시키는 것이 얼마나 비즈니스에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체험형'이었다는 것이다. 이번엔 엄청 매운 새우깡을 먹고도 표정 변화가 없으면 선물을 주기도 했고 우리의 추억노래였던 '손이가요 손이가"를 체험하는 형태로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의 요소를 추가했다. 과연, 줄이 길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


요즘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게 되면 거의 대부분 장소들이 적당한 선물을 제공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원하거나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원한다. 그게 아니면 인생네컷이다. 이런 단어를 사용해보고 싶다.

팝업의 템플릿화

이처럼 팝업에도 어느 정도 템플릿이 있어서 대부분의 팝업스토어는 인스타그램 팔로우나 회원가입을 하면 상품을 준다. 이번에 갔던 파묘 팝업이나 아모레 성수 등 모두 그랬던 것 같다. 감히 추측해본건데, 팝업스토어의 성과, 즉 KPI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기에 팔로워들의 수나 회원가입 수만큼 직관적인게 없기 때문이겠지. 근데 사람들이 오직 그 작은 제품들을 수령하러 팝업스토어를 가는 것일까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팝업스토어의 정의는 뭘까? 어떤 블로그는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인터넷에 잠깐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창처럼 브랜드 또는 특정 제품을 짧은 시간에 홍보하기 위해 설치된 임시 매장

아마 처음 팝업스토어가 생겼을 때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저런 의미로 쓰인게 맞을 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팝업스토어가 만연해진 요즘에는 정의가 달라지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내가 내린 정의는 아래와 같다.

"이색적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 

굳이 팝업스토어를 찾는 고객들이 단순히 제품을 수령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행동을 하러 간다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갔던 곳 중에서는 실제 보트를 타고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기도 했고 이번에 새우깡 팝업도 추억의 노래 손이가요 새우깡을 추억하면서 스테이지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위에 서술된 팝업들은 대형 브랜드에서 할법한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곳이다. 이외에 공간 활용을 잘했다고 느꼈던 곳 중에 꽃을 통해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향기를 제공하는 곳도 있었고 작은 공방을 빌려 카카오 선물하기 들어가서 본인 브랜드 제품을 찜하는 팝업(?)도 있었던 것 같다. 이처럼, 공간 활용을 잘만 한다면 흔해 빠진 인스타그램이나 회원가입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체리피커 답게, 새우깡을 많이 줘서 좋았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테스트 제품들을 팝업스토어에 공개함으로써 남들은 알지못하는 것을 먼저 알게 되었다는 짜릿함과 인스타 업로드 후에 받은 새우깡 세 봉지는 주머니 가득해지는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쉽게 친구들이 모두 파묘나 록시땅 팝업을 다녀올 때 함께 하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그들의 생각에 가장 남게 된 팝업이 새우깡 팝업이었다는 점에서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팝업의 성지인 성수에, 아모레퍼시픽 건축물을 기획했던 유명한 건축가의 건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크래프톤 신사옥 설계는 세계적 건축 설계사무소인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가 맡았다. 이 이유 하나만으로 2조 본PF 모집에 3조가량의 돈이 몰리며 삼성물산에서 수주를 따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만큼 하나의 건축물을 기획하는 것은 중요하다. 팝업스토어의 외부와 내부를 인테리어링하는 것은 브랜드 책임자와 그 기획자의 산물이다. 얼마나 잘 기획하느냐, 그리고 그 콘텐츠를 얼마나 재미있게 꾸리는 가가 팝업스토어의 흥행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있을 팝업도 돌아다니며 가슴에 울림을 주는 팝업스토어가 있다면 주저없이 방문하고 기록으로 남겨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ITOYA, 도쿄 긴자 대형 문구 전문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