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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예경 Jan 18. 2023

<돈 룩 업> 영화

영화 감상 및 분석





■ 이야기 구조:      


hook: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서 지구가 멸망한다는데, 사람들은 관심 없다.      



 2021년, 넷플릭스 제작으로 공개된 블랙코미디 영화 <돈 룩업>. 사실, 지금껏 지구 멸망을 다룬 소재의 영화들은 많았습니다. 어떻게 이 영화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지구 멸망 소재를 다루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를 끌 수 있었을까요? 우선, 비슷한 설정의 다른 영화들은 위기 사실을 즉각 인지하고 대처 방법과 전략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웅의 감동 스토리를 강조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의 길과 정 반대의 길을 갑니다. 과학자인 두 주인공은 혜성으로 인한 지구멸망 문제를 열심히 이야기하지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라져 아예 혜성을 외면해 버리죠. 아무도 멸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영화는 끝내 참극으로 치닫습니다.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죽으면 아무 소용없을 개인의 욕망만을 쫓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잘 희화화했지만, 그 모습은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 비웃음보단 진짜 이렇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지구방위합동본부장의 수장 테디는 영화 내내 두 주인공의 조력자로 나옵니다. 만약 테디가 다른 영화에 나왔다면, 그는 영웅적인 면모를 돋보이며 멋지게 지구를 구해냈을 것입니다. 지구방위를 책임지는 리더라는 자리에 있는 테디는, 이 영화에서 그저 조력자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위치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지구의 안위를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는 사악하고 멍청한 대통령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내내 예상을 빗겨나가는 계속되는 안 좋은 반전의 연속입니다. 그 흐름에 관객은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긴장감이 영화를 팽팽하게 잡아줘, 화면을 이탈하지 않고 계속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긴장감은 어떻게 조성된 것일까요? 우선, 혜성으로 인한 지구멸망 문제를 열심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악화되고 왜곡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혜성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장인물과 위험성을 인지하는 관객들 간의 정보의 격차로 인한 극적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영화는 이 아이러니를 훌륭히 잘 사용했습니다.





■ 인물 분석:      

민디 박사: 평소에 신경 안정제를 소지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아, 정신건강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혜성 문제에 미온적이고, 불안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적극적이고, 의연한 모습의 케이트와 대비됩니다. 초반에 케이트는 대통령 대면 이후, 혜성 이야기를 언론에 말하겠다 나섭니다. 그에 반해 민디 박사는 마음이 불편하다며 거부감을 보이죠. 그랬던 민디 박사는 후반에 케이트보다 더 열심히 혜성 문제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합니다.



모든 대화를 재치 있고 매력적이고 호감 있게 할 순 없는 거예요. 어떨 땐 할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하고, 듣기도 해야 해요!”


제발 좀 들으라며 민디 박사는 절규합니다. 이 말 직후, 그가 화면 정면을 보고 말하는 모습은 꼭, 단순한 극 중 대사가 아닌, 관객에게 전하는 말 같았습니다.


민디 박사를 보며, 저는 어쩐지 마릴린 먼로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정말 현명한 여성인데, 멍청하고 섹시한 여자로 소비된 그녀와 사실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고, 영화 내내 케이트에 비해 조금 답답하고 어찌 보면 멍청한 행보를 이어가는 그는 섹시하고 저명한 과학자로 소비됩니다. 두 사람 모두 인기인으로 유명세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릴린 먼로는 섹시 심벌로 소비되며 남자들에게 욕정의 대상이 되었고, 민디 박사는 정치 선전 도구로 이용당했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대통령은 탈출을 위한 우주선에 자리가 있다며 민디 박사에게 탈 것을 권유하지만, 그는 제안을 거절하고 가족과 동료의 곁에 남아있기를 선택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걸 포기하는 것은 아마 자신의 행보에 대한 속죄가 아니었을까요.       




케이트: 인물 자체가 아이러니합니다. 그녀는 혜성을 처음 발견한 사람으로, 그 공로를 치하받지 못할망정 무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인기 방송에 나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케이트의 옆모습이 클로즈업되어 화면에 담깁니다. 흥분하고 격양된 그녀는 외칩니다.


우리 모두 100% 뒈진다잖아요!”


그녀의 진심 어린 호소는 쇼호스트와 대중은 히스테릭한 여자로 비호감을 샀습니다. 정작 성격적 결함이 있는 것은 옆에 있던 민디 박사인데 말입니다.


후에, 혜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대통령의 면전에서 직설적으로 비난하며 “난 당신한테 투표 안 했어요.” 하는 대사나 혜성의 값어치에 눈이 멀어, 혜성 파괴를 중단한 대통령과 피터의 만행을 대중에게 폭로하는 등 영화상에서 영웅적 행보를 걷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영화 속 온갖 시련에 시달리는 인물입니다. 최초의 혜성 발견자지만 모든 공로와 명예는 민디 박사에게 돌아간 상황이며, 대통령의 불기소 조건으로 모든 매체 출연 금지 및 혜성과 배시(피터의 회사)에 대한 선동적인 언어 금지라는 권력을 이용한 입막음, 혜성이 일자리를 준다는 소리에 이미 선동된 부모님 등의 고초를 겪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종말을 맞기 직전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감사하는 건 우리가 노력했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돈룩업>에선 진실을 말하며, 진실을 인식하는 ‘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 게 아니라, ‘LOOK UP’과 ‘DON’T LOOK UP’을 외치는 사람들 간의 갈등과 소통의 부재 때문에 멸망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그래도 우리는 노력했어, 라며 멸망을 덤덤히 받아들입니다.              




올린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인물로,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철저히 표에 따라 혜성에 대비하는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획을 짜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모습은 사악하고도 교활해 보이지만, 대사를 잘 들어보면 지식으로 논리 정연하게 설득할 재간이 없으니 그럴듯하고 멋있어 보이는 구호만 늘어놓습니다. 혹은 회피하거나요. 이러한 모습에서 그녀의 지적 한계가 보입니다.

 

초반부에 민디 박사와 케이티의 대학이 명문이 아니란 이유로 무시하고,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작전에 영웅이 필요하단 이유로 무인기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을 굳이 파일럿한테 맡깁니다. 이후, 지구를 탈출하는 우주선의 정원은 충분했음에도, 자신의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은 아들은 굳이 우주선에 태우지 않고 출발하는 등의 장면에서 그녀가 가진 선민사상이 잘 드러납니다.



피터: 혜성에 있는 광물에 최소 140조 달러어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혜성을 30개의 유성체로 나누자는 작전을 짜는 것으로 지구 멸망의 원인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는 배시의 창립자로, 단순히 자본을 축적한 비전문가에 불과한데도, 해당 전문가보다 앞서 혜성 일에 참견합니다. 이미 전 세계에서 3번째 가는 부자임에도, 혜성을 이용한 더 큰 부를 탐하려 합니다.  혜성에 관한 일을 사업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민디 박사의 발언에 발끈하며 자신을 아냐고 되묻고, 난 당신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안다며 배시는 당신의 정보를 4천만 건 갖고 있다는 둥 민디 박사 더러 당신은 외롭게 혼자 쓸쓸히 죽을 것이라며 예언 아닌 예언을 하는 모습에서 그가 자기 자신을 신격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사람 위에 돈이 있다는 마인드의 대통령과 피터의 관계는 정치와 경제의 유착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아이러니(Irony):

 아이러니의 핵심은 괴리감으로, 이 괴리감을 이용해 아이러니는 강조 효과를 냅니다. <돈룩업>은 아이러니를 잘 사용한 작품입니다. 작중에서 주인공 일행이 그렇게 "LOOK UP!"을 부르짖는데, 제목은 "DON’T LOOK UP"입니다. 작중에서 사용한 아이러니 예시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겠습니다.



상황의 아이러니 -

1) 무능한 비서실장인 대통령의 아들은 지구에 남겨졌지만, 엔딩 크레딧 이후 생존자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살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떠난 대통령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우주선 발사 전, 대통령은 피터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고 싶다며 피터에게 물어보니, 피터는 알고리즘 상 대통령은 브론테록에게 잡아먹힌다고 답한다. 의외의 복선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멸망인데 생존자가 있으면 그것도 모순이 아닐까요?   


2) 피터의 말에 의하면 민디 박사의 최후는 혼자 외롭게 죽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민디 박사는 우주선에 타, 살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를 거부하고, 동료와 가족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즐기며 외롭지 않게 죽었습니다.  



대사의 아이러니 - 마지막 순간에 민디 박사는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부족한 게 없었어, 그렇지?”라며 인간의 탐욕으로 멸망하려는 지구의 상황과 맞지 않는 대사를 합니다.                                                                      




■ 주제:      

 영화 속에서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 때문이 아니라, 막을 수 있는데 막지 못하는 현대 사회 소통의 부재 현상 때문이었습니다. 과학과 경제, 정치,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소통 부재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감독은 블랙코미디를 통해 풍자했습니다.


우리는 이 영화로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소통의 부재는 공동체에 닥쳐오는 명백한 위기를 무시할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요. 사회적 시스템을 풍자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네요.


 그리고, 감독이 민디 박사를 도덕적 신념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어딘가 모호한 인물로 만든 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는 대통령을 비난하는 민디 박사가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듯, 이 영화를 비판하는 우리는 과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마냥 비판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성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처럼 ‘그래도, 설마 지구가 망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은 영화의 참극을 현실에서 재현할 뿐입니다.





< 참고문헌 >


오마이뉴스, ‘호평 가득한 '돈 룩 업'의 몇 가지 문제점’

원종빈

22.01.05           


INSIDE YTN, ‘딱 한 번을 막기 위한 저널리즘 -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김헌식

2022-02-04          


경향신문, 위(기)를 보지 않기: 돈룩업과 탈진실

김지원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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