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면 복도에 한 줄로 서서 대기한다.
알랭드롱은 반 열쇠를 담당하는 관리자다.
늘 타반보다 먼저 나와 준비하고 있어 배가 몹시 고파 일찍 대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알랭드롱은 양몰이하듯 복도로 아이들을 내몰아 미리 문단속을 해왔던 것이다.
입과 행동은 거칠지만 일에 있어서는 똑소리 나는 아이다.
난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로 갔다.
아이들은 한 줄로 서서 손소독을 한 후 배식받는 경로를 따라간다. 그러나 알랭드롱은 반대 방향인 출구로 나간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뒤를 따라갔다.
교실 문이 반쯤 열려 있어 보니 알랭드롱은 고개를 옆으로 엎드려 있었다.
"알롱(hóa rồng)! 무슨 일 있어요?"
(이 아이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다. 알랭드롱은 내가 부르는 애칭이며, 배우 알랭드롱을 닮았다. 줄여서 알롱 부른다.
며칠 전 곤지암 맛집 여행 때 식당 직원이 베트남인이길래 물어봤다. 뜻이 '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사전을 찾아보니 '용이 되다'라는 뜻을 가진 좋은 이름이었다.)
내 한마디에 어린 눈에서 가늘고 길게 눈물을 주룩 흐른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밥도 안 먹고 웁니까? 말해봐요. 해결해 줄 테니"
아무 말도 않고 눈물만 흐르던 아이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흐느끼며 "초콜릿."
"뭐라고요? 초콜릿? 자세히 말해봐요."
"학교 끝나고 먹으려고 초콜릿을 가져왔거든요. 그런데 여자애들 4명이 서로 달라고 나를 밀쳤어요. 엉엉."
속으로 놀랬다. 알롱은 반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초콜릿이 밥도 안 먹을 일인가?
분명 남학생들이 떼로 몰려왔으면 앙팡지게
"싫어! 안돼! xx야"라고 시원하게 욕을 퍼부어 보냈을 아이다.
난 여학생들을 불러 지도한 후 알롱에게 물었다.
"여학생들이 사과하러 왔었습니까?"
"네"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고 다음 수업을 위해 교실로 들어갔다.
지각생이 있어 지도를 하던 중
"제가 할 말이 있는데요."
"뭔데요?"
"좀 전에 알롱이가 선생님이 싸가지 없다고 말했어요."
"내가 싸가지가 없다고? ㅎㅎㅎㅎㅎ"
웃음이 나왔다. 싸가지라는 뜻을 알고나 있었을까?
몇몇 단어는 그 의미를 모르는 아이다.
어쨌거나 민원이 들어온 이상 또 지도를 해야 했다.
종례시간에 알롱을 불렀다.
"선생님이 싸가지 없다고 뒷담 화했다면서요?
"제가 그랬나요?"
"나는 자네가 사랑스럽고 이쁜데, 뒤통수에 대고 나쁜 말하고 다녀서 무척 섭섭하고 속상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악수하고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네"
처음으로 들었다. 죄송하다는 말.
보호자에게도 절대 하지 않는 말이었다.
알랭드롱과 나.
교감나누기가 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