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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Grace Oct 25. 2022

블로그로 돈을 벌어 봅시다.

#블로그 #돈벌기 #친구 #수다 #행복 #자아성찰 

친구와 나는 우리가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한다며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블로그로 돈을 버는건 상당히 느린(?) 길이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는게 더 중요하다고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블로그를 개설했다. 친구는 일주일에 2개의 블로그 올리기를 제안했고, 올리지 못했을 때 벌금 1만원씩 벌금으로 내자고 했다. 돈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 준다고 말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해보기로 했다. 


시작한 첫주에, 일주일에 2개의 블로그는 글쓰기가 생활화 되지 않은 우리에게 무리였다. 시작하자마자 현실을 받아들여, 일주일에 1개로 바꿨고, 거의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자기 직전에 써서 올렸다. 내가 2번째 주에 이사를 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월요일로 마감일을 변경했다. 지금 까지 총 3개의 글을 썼으니 딱 3주가 지났다. 


친구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곳 들을 리뷰해서 올리는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했다. 뭔가 수요가 확실한 소재이고, 사진도 평상시 잘 찍고 강아지랑 여기저기 많이 다니기 때문에 돈을 벌어들일 블로그로 착착 커나가고 있다. 한편 내 블로그는 돈을 벌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처음에는 운동기구나 마사지 기구, 약 등등 내가 잘 사고 많이 쓰는것들을 중심으로 리뷰를 하기로 했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앉으면 내 마음에서 외치는 소리가 너무 커서 리뷰를 쓸 수 가 없었다.


나는 지금 내 안에 쌓여있는 이야기 거리를 풀어놔야 다음으로 나갈 수 있을것 같다. 지난 5년간 스타트업 대표로서 했던 실수담? 후회? 등을 다시 곱씹어보고, 최근의 내가 깨달은 것들, 내 마음 상태에 관한 글이 써지고 있다. 이건 검색을 해서 내 블로그로 구지 찾아와 읽을 소재가 아니다. 즉, 돈을 벌 수 있는 소재가 아니다. 


그래도 어쩌나, 블로그를 쓰려고 모니터 앞에만 앉으면 울분을 토하듯 마음을 쏟아내고 싶다. 사실 나는 우울증 상태에 있고, 어느정도 이것을 떨쳐내고 있는 중이다. 나의 좀비 회사는 어떻게 살려야 할지 묘연하고, 아직 결정도 못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내 친구는 우울증에 걸려도 남들보다 하이 텐션이라고 말하지만, 이 하이텐션으로 쓰는 글이 이런 글이다. 동생은 나의 글을 읽으면 축축 처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에너지를 끌어 올리라고 하지만, 이게 그냥 휙 끌어올려지는게 아니다.


나중에 뒤돌아 보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이렇게 우울한 날들이 있었지, 그때 이렇게 앞이 막막했지, 회사를 어쩔줄 몰라서 아등바등했지, 직원들 돈을 줄려고, 어디서든 돈을 벌어볼려고 블로그를 시작했지, 하고 웃는 날이 오 길 바란다. 그 날이 오기 까지는 매주에 1개씩 글을 써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4주차가 되었다. 심지어 벌금 내기 싫어서 일요일 자정 전에 쓰는 글도 아니다. 화요일 오후에 글을 쓰고 싶어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손가락을 튕기며 제목을 정해본다. 지금 내 상황을 하나하나 글로 풀어본다. 내 마음 속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활자로 바꿔나가며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 4 주 째, 조그마한 행복의 씨앗이 눈을 틔운것 같다.



내 마음을 느끼고 깨달아 글로 바꾸는 과정은 차를 내리는 과정과 닮았다. 물을 따뜻하게 데우고, 찻잔을 따뜻하게 데우고 차를 우리고 찻잔에 따라 한모금 한모금 마시다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온 몸으로 차 향기가 퍼져 나간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친구라도 앞에 있으면, 차 마시는 순간이 더 따뜻해진다.


그런데 이 블로그 글쓰기가 마치 친구와 차를 마시는것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타임머신을 타고, 인터넷 너머의 누군가를 어느 공간 속에서 어느 시간대에,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 앞에 수다를 떠는 기분말이다. 내 글을 단 몇 명이라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이건 한마디로 행복이다. 도대체 어디서들 와서 내 글을 읽고 가시는지 모르겠고,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지만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따뜻하게 해준다. 


그렇게 혼자 노트북에 마음을 쏟아내고 나면, 누군가 클릭해보고 휘리릭 나갈때도 있고, 차분차분히 읽어주실때도 있으리라. 댓글이라도 남겨주실땐 그 블로그로 가 그분의 수다를 조용히 들어본다. 이렇게 돈을 벌려고 시작했던 블로그는, 돈이 아니라 위로가 더 필요했던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4 주 만에 블로그로 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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