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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Oct 08. 2021

튀르키예 음식은 케밥밖에 모르는 당신에게

Turkish desserts : 터키쉬 디저트

 터키 친구 Sinan이 나에게 간단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어떤 터키 음식을 제일 좋아하냐는 거였다. 당시의 나는 터키 음식이라 함은 '케밥'만 알던 바보였다. 케밥밖에 모른다는 내 대답에 Sinan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조금 속상해했다. 그리곤 다양한 음식이 많이 있으니 나중에 꼭 먹어보라고 조언해줬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케밥이 아닌 터키 음식을 먹어보았다. 고즐레메와 시쉬라는 것이었다. 고즐레메는 보통 치즈와 시금치를 넣어 얇게 구운 빵이고, 시쉬는 꼬치에 꽂아 숯불에 구운 고기이다. 케밥도 맛있는데 이 두 음식은 더 맛있었다. 그렇게 나는 터키 음식의 매력에 빠져버렸고 터키의 디저트에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터키쉬 딜라이트 Turkish delight
 내가 터키쉬 딜라이트를 알게 된 건 어릴 적 본 영화 나니아 연대기를 통해서다. 영화 속 주인공이 너무 맛있게 먹길래 저게 뭘까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아 잊고 살다가 Hakiki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쌓여온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무작정 달기만 하고 특별함은 없었다. 거기다 뭔지 모를 인공적인 향도 들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터키쉬 딜라이트의 맛을 상상하기만 하고 먹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궁금증으로 남았을 텐데...

 Hakiki : Shop 1/63-71 Enmore Rd, Newtown NSW 2042


왼쪽이 바클라바 오른쪽은 바클라바 치즈케이크 이다

바클라바 Baklava
 비교적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디저트이다. 겹겹이 쌓인 아주 얇은 페이스트리와 달콤하고 끈적한 시럽, 고소한 피스타치오까지 더하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처음 이걸 먹었을 땐 강렬한 단맛에 인상이 찌푸려졌었다. 하지만 이내 그 달콤함과 바삭한 식감에 중독되어버렸다. 바클라바는 한두 개면 충분하다. 두 개 이상 먹으면 너무 달아서 되려 반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클라바를 파는 곳은 여기저기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게는 Auburn Sweets이다. 참고로 Alveri.X의 바클라바 치즈케이크도 별미다.

 Auburn Sweets : 22/28 Chiswick Rd, Auburn NSW 2144

 Alveri.X : 260 Wardell Rd, Dulwich Hill NSW 2203


Stanbuli의 쿠나파
다른 가게들의 쿠나파

쿠나파 혹은 쿠네페 Kunafe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터키쉬 레스토랑 Stanbuli에서 처음 먹어본 쿠나파는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 모두는 이 디저트를 몰랐다면 평생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라고 말했다. 실 같은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시럽, 고소한 치즈와 피스타치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재료이다. 그런데 이 재료들의 합은 정말 완벽하다. 친구들에게 이 디저트를 아냐며 꼭 먹어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정도로 맛있었다. 심지어는 Sinan에게 연락해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동안은 쿠나파 맛집을 찾아다녔는데 다른 가게들은 뭔가 아쉬운 맛이었다. 처음부터 유명 레스토랑인 Stanbuli의 쿠나파를 먹은 내 잘못임이 틀림없다.

 Stanbuli : 135 Enmore Rd, Enmore NSW 2042


로크마 Lokma
 달콤한 시럽에 절여진 도넛 로크마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좋아할 식감을 가지고 있다. 찹쌀 도넛 같은 쫄깃한 식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꿀, 시나몬, 초콜릿을 곁들여 먹는다는데 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는 게 가장 맛있었다. 쿠나파와 마찬가지로 Stanbuli에서 먹어볼 것.

 Stanbuli : 135 Enmore rd, Enmore NSW 2042


 내가 소개한 것은 몇 가지 안 되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터키쉬 디저트가 있다. 터키 디저트 샵에 가면 큰 진열장에 디저트를 산처럼 쌓아놓고 팔 정도니까 말이다. 그 광경을 직접 본다면 이게 진짜인지 모형인지 헷갈릴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터키 음식이라면 케밥밖에 모르던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부디 꼭 한번 터키의 달콤한 매력에 빠져보기 바란다.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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