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 점방언니 Feb 17. 2022

나혼자 중국 신장 하미 (哈密)여행 1편

여행-1



몇 해전 , 나는 상하이 창닝구의 오래된 민지아위 (빌라) 자취집에서 귀국 비행 편을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 취업비자가 곧 소멸될 예정이라 비자 문제로 우선 나갔다가 다시 새 비자를 받아 들어올 생각이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아직은 중국에 더 있고 싶기도 했고 집 계약기간이 더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Beijing으로


중국으로 다시 돌아와 향한 곳은 베이징이었다. 느림과 빠름이 공존하는 도시. 3년 동안 많은 풍경들이 변해있었지만 그래도 나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성들이 남아 있었기에 베이징에 도착한 날은 내 코끝이 찡해지기 충분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고층 아파트 집주인이 되어있었다. 친구는 집값이 계속 올라 차라리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오전에 친구가 출근하고 나면, 나는 주인 없는 빈 집에서 편하게  늘어져 오후까지 실컷 잤다. 마치 잠이 목적인 여행처럼.




그러다 밤이 되면 불안했다. 현실에 대한 걱정과 잡생각들이 몰려와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나는 졸업 후 취업까지 또래와 비슷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25살 이후부터 나의 길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외 어느 도시든 정착 후 안정이 되면 다시 떠나기를 여러 번 , 한국도 중국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국제미아가 된 것 같았다. 쉽게 말해 정착하지 못했고 자리잡지 못했다. 심지어 하고 싶은 것도 찾지 못했던 매우 답답했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똑같다)


그렇게 폐인 같은 며칠을 보내고 갑자기 이 답답함을 해결해 줄 것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떠날 도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중국 하미, 베이징에서 서쪽으로 2만 2천 킬로 , 기차로 37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기차표와 호텔만 예약한 뒤 곧바로 베이징 서역으로 향했다.




중국 서쪽으로

처음 예약했던 호텔에서 취소 알림을 받았다. 위구르 자치주가 외국인 숙박에 대해 엄격한 건 알고 있었지만 3등급도 취소당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다시 같은 등급으로 다른 곳을 예약했는데 그곳은 이상하게도 이슈가 없었다. 중국은 비자만 있으면 입국은 쉬운 반면 지역을 이동할 때 특히 서쪽이 분쟁지역이기에 더욱더 까다로워진다. 비교적 예전보다 숙박시설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었는데도 여전히 서쪽은 엄격하다.


중국은 수도 베이징 기준 시간을 사용하는데  그 때문에 서쪽 지역은 밤 10시에도 해가 떠있다. 서쪽으로 갈수록 베이징에서 멀어지지만 시간은 베이징을 따르니 경도 차이로  인하여 낮이 길어질 수밖에.. 그곳에선 약간 시간 부자가 된 것 같다. 일상과 다른 이런 낯섦에 묘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요즘은 비행기나 고속 기차를 타면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지만 , 나는 37시간의 느린 기차를 택했다. 나는 원래가 차나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좁고 갇힌 공간에서 먹고 자는 게 , 사람들 지켜보는 게 , 내게는 영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흥미로운 일이었다.

기차가 란쩌우를 지나 더 서쪽으로 들어가고 승객들이 물갈이될 때마다 외모가 스탄 국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진다. 서쪽 출신의 소수민족들도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로 이주하고 있지만 다수는 여전히  그들  자치구에 모여 살고 있다. 완전 파란 눈의 동유럽인 같은 이도 있지만 동양인 60% 서양인 40% 느낌의 혼혈인이 더 많다. 즉 사람들 외모는 -스탄 국가 사람들인데 중국어를 하니 낯설고 묘하다.

나는 그 낯섦이 너무 좋아 이곳을 다시 찾나 보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다. 나도 이전에는 "중국= 한족 만족 문화"라는 공식을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소수민족 자치구가 많아 마치 소국가 연합처럼 느껴진다 이젠 예전처럼 중국을 쉽게 정의 내리지 못한다.


목적지에 도착할수록 기차 안 신분증 검사 횟수가 잦아졌다.  괜스레 긴장이 됐다. 공안(경찰)은 내 얼굴 옆으로 여권 1페이지를 들게 하고 휴대폰으로 내 사진을 찍어갔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베이징으로 돌아가라고 할까 봐 조용히 있었다. 서쪽으로 갈수록 외국인이 혼자 오는 경우는 드물어서 묻는 것도 많아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 호텔에 무탈히 도착하였고 체크인후 호텔 직원이 공안 쪽에 주숙 등기 신고를 한다고 했다. 원래 주숙 등기는 호텔에서 하는 것이니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려 나가 보니 공안이었다. 공안이 와서 확인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당황했다. 왜 여기 왔냐 첫날에는 무엇을 하냐 어디 가냐 등등.. 장담하건대 이 지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면 빠짐없이 신상이 털리게 된다. 휴대폰과 나를 비교해서 보는 걸 보니 기차에서 찍은 내 사진을 받았던 것 같다. 소름! 외모 평가???

스탄지역 사람처럼 생긴 그들의 중국어는 외국인의 그것처럼 억양도 발음도 어설프다. 나는 중국어를 베이징에서 처음 배웠는데 어법 독해 듣기 다 떠나서 발음 하나는 자신 있다. 더욱이 그들 앞에서 내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뿜 솟았다. 중국어인지 외모인지ㅋ 나를 한족인 줄 알았는지 , 내 여권을 보더니 너는 무슨 신분증이 이렇냐며 무슨 소수민족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이거 여권이라고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그의 눈이 커지며 내게 되물었다. 그런데 너 왜 중국어를 하니? 왜 일 안 하고 여기 왔니 등등 , 뭐.. 외국인 여자 혼자 이런 지역을 여행한다고 하니 궁금한 것도 많을 만하다. 나중에 중국사람에게 왜 이렇게 서쪽은 엄격하냐 물어보니 한동안 외국기자들이 민감한 부분을 취재해서 보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특히 동행 없이 와서 의심 대상이 되었나 보다고 얘기했다. 시민 기자처럼 보였나.....



여행 중 우연히 창 밖을 쳐다보았는데, 광활한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졌다. 장관이다. 자연 앞 나는 작은 존재였지. 여기서 혼자 남으면 집에는 다 갔다 생각이 들더니 갑자기 베어 그릴스가 되어 혼자 황무지에  남겨져 탈출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내 현재 고민보다 가상의 상황에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 생존이 먼저 인가? 목적이 확실하게 있으니 생각하는 재미도 있었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심플한 것을  찾는 편이다. 그래서 자연을 찾는 걸지도..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릴 수 있는 그 시간이 좋다. 비록 얻은 생각은 없었어도 다시 살아갈 에너지는 가지고 돌아왔으니 값지다. 적어도 내겐.


미세먼지 가득한 중국 이어도 문명이 덜한 그곳의 밤은 예외였다. 하늘은 까맣고 그 속에 수없이 반짝이는 건 별이었다.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별자리만 따라가면 집에 갈 수 있다지? 그날을 대비해 별자리 강좌를 들어야겠다고 중얼거리며 호텔방인데도 지갑 여권 핸드폰을 베갯속에 넣어두고 배고 서둘러 잠을 청했다.

-여행 1 끝 여행 2에 계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