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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점방언니 Sep 29. 2022

나 혼자 베이징 살이

北京 Beijing 북경 -京西古道-2


능선을 따라 산을 걸어 본 적은 처음이었다.

민머리 산이라 멀리서 보면 내가 작대기처럼 보였을 그런 산이었다.

그날 우리는 능선을 따라 10시간 가까이 전진했다. "전진" 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정말 전력 질주해서 앞으로만 걸어갔다. 처음 입산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산세가 깊다가도 위로 올라가면 차분한 능선이 나온다

정상적인 등산로도 없는 곳이라 나뭇가지를 걷어가며 위로 위로 올라가는 데 , 나뭇가지가 옷에 스치는 소리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싶었다.

숨을 헐떡이며 동행들을 쫓아가는 데, 나는 체력도 안되면서 왜 따라왔는가 (항상 누구나 하는 찰나의 후회겠지?) 하면서 힘들게 걸어가는 중에 샤오량이 바닥을 발로 툭툭 치면서 한마디 했다.


" 이거 청나라 때 길이야." 샤오량이 말하길 위에는 근래에 깐 길이고 아래 흙으로 덮어진 길은 청나라 때 깐 길이라고 했다. 그 산길은 윗길 아랫길 이렇게 좁은 산길 두 개가 나란히 나있었다.

아랫 길은 돌이 쌓여있어 울퉁불퉁했다. 나는 기왕이면 오래된 길을 걷고 싶어 아래로 내려가서 걸었더랬다. 등산도 하고 역사도 느끼는 보너스 같은 선물이었다.


한 참을 걸어가는 데, 앵두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살펴보니 앵두 과수원같이 왼쪽이 모두 앵두나무 숲이었다. 빨갛게 익은 앵두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야생일까 하고 생각할 즈음 관리인이 나타났다. 그는 사람을 봐서 반가운지 (?) 상냥하게도 우리에게 앵두를 맘껏 따먹어도 된다고 했다. 우리는 신나게 한 봉지 가득 따서 잠시 목을 축였다.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인적 드문 산에 앵두나무가 무수히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올 만한 산 사나이가 갑자기 훅하고 나왔다.


그가 들고 있는 작은 라디오에서 중국 민요 같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순간 장이머우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목을 축이고 우리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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