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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 점방언니 Mar 17. 2022

나 혼자 일본 도쿄 하코네 여행 1편

여행-1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갑구나, 도마뱀친구



"아침 일찍 도쿄 가서 온천하고 돈키호테 좀 갔다가 내일 오자!"

금요일 오후 , 갑자기 료칸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돈키호테의  입욕제 쇼핑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


그냥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기도 했다. 급한 마음에 바로 토요일 아침 도쿄행 티켓을 플렉스 해버렸다.

같은 돈으로 남들은 명품백을 사거나 저축을 하겠지만,  나는 경험이 더 좋은 사람이라 그냥 질러버렸다. (후회는 다녀와서 잠깐)

"그래, 뭐, 온천 가서 쉴 거니까 자지 말고 가자"

다음 날,

비행기를 놓쳐버린 나는 추가금액을 내고 오후 비행기로 4:55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어릴 때였으면 돈이 아까웠을 텐데 지금은 내 경험이 더 중요해버린 건지 추가 금액이 덜 아까웠다.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고 변화하는 동물이다.




-하코네 온천 (箱根温泉) 고라 간스 이로 료칸


기차를 타고 하코네로 가서 다시 산속 온천마을로가는 낡은 기차로 갈아탔다.

지하철같이 서로 마주 보고 앉는 옛날 기차였는데 산을 스쿠류바처럼 빙글빙글 (내 기분에) 돌아 올라가는 느린 기차였다. 창이 열려있었는데 , 창 바깥에서  밤이라 차가워진 공기와 밤이슬로 진해진 흙 향기가 한껏 올라왔고, 기차 소리, 벌레 , 새소리 , 기차에 스치는 풀소리 모두 가까이서 들려왔다. 이렇게 일본에서 늦은 밤에 그것도 산 한가운 데에서 기차 탈거라 생각조차 못했는데, 비행기를 놓쳐버린 바람에 이 운치 있는 여름밤을 내가 느끼는구나. 인생은 새옹지마라더니 (?)

오래된 기차와 오래된 시골 온천마을
다다미방과 한 여름의 솜요 솜이불셋트

세상 아무도 없고 , 가로등 하나로 잘 보이지 않는 어둡고 적막한 작은 고라 기차역에 나 홀로 밤 10시 반쯤 내렸다.

료칸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등도 약한 빛이고 길엔 사람도 없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근처 갯물 흐르는 소리뿐.

그래도 오랜만에 정화되는 기분으로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료칸에 도착했다. 주인장이 없어 종을 눌렀다. 주인장이 나왔고 나는 수준 낮은 전투 일본어로 체크인을 하며 조식 예약을 놓친 걸 확인했고 예약 가능한지 물어봤다.

" 아시타노 아사고한 유까이데스카?" (내일 아침밥 ok?) 했더니 주인장이 손을 흔들자 내가 한 말이 "시마이 데스까" (시마이입니까? 갑자기 "시마이"가 떠올랐는데 통했다 ㅎ)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 1에서 10까지 쓸 줄 알고 단어 몇 개만 알면 생존력 +100이 된다. 파파고도 있고! 이 여행에서 전투 일본어만 썼는데 꽤 재밌었다.


다다미 방은 호불호가 있는 데, 나는 그냥 좋다.

노천 온천은 문을 닫았고 료칸 실내 온천은 24시간 오픈이라 해서 얼른 다녀왔다. 물속은 따뜻하고 바깥은 조금 차가웠다.

홀로 온천에 앉아있는데 창문을 보니 도마뱀이 기어가고 있었다. 도마뱀 발가락 손가락이 앙증하니 귀여웠다. 도마뱀을 친구 삼아 온천욕을 즐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배가 고파 왔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출발 전 도시 편의점에서 잡다한 간식들을 샀었다. 맥주를 깜빡했었는데 그건 어쩔 수없이 미니 냉장고 맥주로 해결했다.

아침부터 다이내믹한 운명에 나를 맡겨 움직인 나머지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 그렇게 어설픈 식사를 하고 잠에 들었다.


여행-1 끝. 여행-2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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