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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Dec 02. 2023

네 번째 그림일기장을 열었습니다.

네 번째 일기장 시작


새로운 일기장을 시작할 때마다 이전의 일기장을 꺼내 대강 넘겨본다.

일이 일어났던 순간과 그리던 순간 모두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일의 기록이니 있었던 일이 떠오르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법한 일인데, 그리던 순간이 기억이 나는 것은 의외다. 어디에서 그렸는지 떠오르고 때로는 누가 곁에 있었는지, 그때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하루 중 언제였는지, 무엇을 마시고 있었는지 따위도 생각난다.


그러니까 적어도 하루에 두어 순간들 정도는 이 일기장을 들추어보면 기억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소리이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묻는다면 뭐 대단하게 이익이 되는 일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날이 그날 같게 뭉텅이로 지나간 것 같은 감정으로 12월을 맞이하는 이 순간에,

또 그날이 그날 같을 것 같은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심정에서 어느 정도 나의 마음을 보호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날이 그날인 줄 알았는데 모두 다른 페이지들을 채운 뭉치가 물리적으로 내 손에 쥐어졌을 때, 나는 나를 납득시킬 수 있다.

나의 날들은 모두 같은 날들이 아니었구나.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도 그렇겠구나.


 인스타그램에도, 브런치에도 매일의 그림과 짧은 토막글을 동시에 올렸다가 같은 글을 나누어 올리는 것이 무슨 의미겠느냐 싶어 브런치는 한동안 들르지 않았었다.

한참을 두었던 브런치에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쓰던 날들에 대해서,

첫 일기장의 빈 종이를 마주했던 마음과 지금의 마음에 대해서.

(거의) 매일-양심상 '거의'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끄적이는 일상에 대해서.

그리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릴 수 있는 삶에 대해서.

이 노트들이 나에게 준 것에 대해서.


네 번째 노트를 열고서야

이런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마음을 비로소 허하게 된다.







첫 뻔째 일기장




두 번째 일기장





세 번째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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