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 가든인의 수영장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오늘은 원주민이라고 하는 부시맨 워크를 다녀왔다
딱히 꼭 이걸 해야 해라고 갔다기보다는
이틀이나 일정이 비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이들이 진짜 부시맨인지 코스프레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의 맛을 봤다는 것일까나
큰 기대감 없이 부시맨 워크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맘에 드는 투어였다
그들이 처음에 인사할 때부터 충격이었다
남아공에서부터 이들의 말투에 클릭이라는 혀를 입천장에 붙였다 때는 습관들이 있는데
그 말투에 다양한 것들이 덧 붙여져서
젼혀 따라 할 수 없는 바이브를 풍기는 것이었다
그때서부터 나는 이들을 진짜 부시맨으로 믿고 따르기로 했다
이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속으로 감동했던 것은
그들의 태도였다
투어가 원래 한 사람만을 위해 진행되는 것인지 더 많은 사람이 와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나 한 사람을 위해 그들의 설명은 진지했고 열정적이었다
그들의 열정적인 설명에 나는 열심히 듣기 위해 집중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결정했다
팁 많이 주고 와야지
원래 팁으로 주려고 1달러 지폐를 많이 가지고 왔는데
평소에는 두장 정도 준다
그런데 오늘은 무려 5달러나 주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적은 돈이지만
그들의 얼굴이 급작스럽게 밝아지는 것을 보았다
그 얼굴을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역시 자본주의의 미소
나는 사실 팁이라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이 사람의 서비스에 대한 나의 마음을 돈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돈을 썼을 때의 상대방의 기분 좋은 미소는 좋다
다시 한번 팁을 아끼지 말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나미비아의 한식당인 서울푸드를 다녀왔다
오랜만의 한식당이기도 해서 김치찌개랑 제육을 시켰다
양이 엄청 많아서 놀라고 있는데
사장님이 계란말이랑 숙주나물도 서비스로 주셨다
결국 다 못 먹었는데
너무나도 친절하게 새 밥과 함께 남은 반찬을 모조리 싸주셨다
점심으로 가길 잘했다
이로서 나는 저녁까지 해결하게 된 셈이다
사장님은 이곳에 85년도에 오셨단다
40년을 이 나미비아에 계신 것이다
한국사람이라고는 없었을 이 나미비아에 어쩌다 오게 되셨을까
이곳에서 40년을 버티셨다니
너무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바쁘셔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참으로 멋있었다
사람이 생존을 한다는 것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
부시맨들을 보면서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그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해왔을까
그들의 설명을 들어보니 각종 약이 자연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약을 발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을까
40년을 나미비아에 살아오신 그 사장님도 생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셨을까
책으로 그 스토리를 써도 참 다이내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도망자였다
결혼이라는 것으로부터도
직장에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도
나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뭐 그럼 어떤가
그래도 살아있지 않은가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은 세상에 사람을 보내는데
엄청나게 큰 뜻을 부여할까? 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은 너무나도 작고 어리석은 존재인데
그 하나님의 큰 뜻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어쩌면 하나님의 바람은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내는 것에 있지 않을까?
생존해 내는 것만으로도 잘했다 칭찬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뭐 대단한 삶은 아니지만
포기하지 말고 잘 살아내 봐야겠다
생각해 보는 저녁이다
2024.11.14
이제는 더 붉어진 노을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