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박물관에는
기이하게 생긴 조각상이 하나 있다.
앞머리는 무성해서 얼굴을 가릴 지경이고
뒷머리는 매끈한 대머리이다.
그는 옷 한 벌 걸치지 않았고,
등에는 커다란 날개가 달렸으며,
발목에도 작은 날개가 달렸다.
그는 칼에 저울을 올려놓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이다.
카이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앞머리가 무성해서 얼굴을 가릴 지경인 이유는
내가 다가갔을 때 누구인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뒷머리가 매끈한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다시는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내가 옷 한 벌 걸치지 않고
등과 발목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재빠르게 달아나기 위함이다.
칼에 저울을 올려놓은 이유는 기회가 왔을 때
저울로 정확히 판단하고
칼같이 결단해야 나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기회에게 모습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이 기괴한 모습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바로 '준비'라는 장갑을 완벽히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다.
준비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한
매일의 수련을 통해 완성된다.
한번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하게 반복해야 한다.
꾸준하게 반복하여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근처에 기괴하게 생긴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바로 그때 준비라는 장갑으로
기회의 앞머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기회는
달아나려고 해도 달아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