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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 Jun 17. 2023

"신발 분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 정말일까?

상법 제152조,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식당이나 목욕탕 등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에 가보면 "신발 분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신발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만큼 비싼 신발을 둘 경우 찜찜함을 가지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말 영업장은 고객의 신발이 분실됐을 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일까요? 오늘은 그와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그와 같은 문구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100%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 경감될 수는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은 뒤에서 더 살펴보도록 하고, <상법>은 다음과 같이 공중접객억자는 자기 또는 그 사용인이 고객으로부터 임치 받은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고객의 휴대물에 대해 책임이 없음을 알린 경우에도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

제152조(공중접객업자의 책임) ① 공중접객업자는 자기 또는 그 사용인이 고객으로부터 임치(任置)받은 물건의 보관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그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공중접객업자는 고객으로부터 임치받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시설 내에 휴대한 물건이 자기 또는 그 사용인의 과실로 인하여 멸실 또는 훼손되었을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③ 고객의 휴대물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알린 경우에도 공중접객업자는 제1항과 제2항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여기서 '공중접객업자'가 누구냐가 궁금하실 수 있는데, <상법>은 " 극장, 여관, 음식점, 그 밖의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의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151조). '임치'는 물건을 맡기는 것을 말하는데, 꼭 주인에게 "이 물건 맡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명시적 임치계약 뿐만 아니라, 출입을 위해 입구 쪽에 비치된 신발장에 신발을 넣는 등의 경우도 묵시적으로 임치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가끔 단순히 분실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 외에 상법 제152조를 직접 언급하는 경우도 있는데, 해당 규정은 영업주가 분실시 원칙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해당 조문을 직접 찾아본 것이 아니라 어디서 들은 것을 그냥 쓴 것으로 보입니다. 조문은 직접 찾아보는 습관을 기르는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예외적으로 분실시 영업주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는 무엇일까요? <상법> 제152조는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이라는 조건을 삽입함으로써 영업주가 면책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는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겠지만, 신발장에 잠금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등의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잘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건 이 글의 제목과 같은 문구를 포함하여 경고문을 큼지막하게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부 배상해야 할 액수가 줄어들 수는 있더라도(과실상계) 면책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고가물에 대해서는 <상법>에서 특칙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법

제153조(고가물에 대한 책임) 화폐, 유가증권, 그 밖의 고가물(高價物)에 대하여는 고객이 그 종류와 가액(價額)을 명시하여 임치하지 아니하면 공중접객업자는 그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사실 신발이나 우산 등 일상적인 용품들에 대해 항시 분실 위험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공중접객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공중접객업자로서는 분실이 흔한 경우도 아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가물에 대해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분실시 공중접객업자에게 책임을 부과할 경우 그 자체로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견물생심이라고 비싼 물건이 공개적인 장소에 두여 있다면 이를 절취하고자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물건 주인에게 특별한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고가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돈이나 명품 등의 경우에는 특별히 영업주에게 그 종류와 가액(대략적으로나마)을 밝히고 맡겨야 향후 분실 시 책임을 전가할 수 있습니다(사실 임치한 경우에는 분실의 경우가 거의 없지요. 종업원이 이를 절취할 경우에는 별개의 문제로 영업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실시 얼마 만큼의 배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민사소송을 통한 절차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 겁니다. <소비자 기본법>은 이런 경우 소비자들을 위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소비자기본법

제60조(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①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제16조(소비자분쟁의 해결)②국가는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제정할 수 있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9조(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적용) ②품목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해당 품목에 대한 분쟁해결기준을 정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같은 기준에서 정한 유사품목에 대한 분쟁해결기준을 준용할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제3조(품목 및 보상기준) 이 고시에서 정하는 대상품목, 품목별분쟁해결기준, 품목별 품질보증기간 및 부품보유기간, 품목별 내용연수표는 각각 별표 Ⅰ, 별표 Ⅱ, 별표 Ⅲ, 별표 Ⅳ와 같다.


분실의 경우 세탁업에 대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인용할 수 있는데, 해당 내용에 따르면 배상 비율표는 다음과 같고, 신발의 경우 가죽류 등 특수소재의 경우 내용연수가 3년, 운동화 등 기타 일반 소재의 경우 1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상비율표


예시를 통해 살펴보면, 만약 2023. 5. 14.에 가죽구두를 340,680원에 구입했는데,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2023. 5. 28.에 해당 구두가 식당에서 분실되었다면 배상 비율은 95%(신발류 내용연수 3년, 물품 사용일수 15일에 해당하는 비율)이므로 배상금액은 323,646원(구입가 340,680원 X 배상비율 95%)이 됩니다. 그러나 실제 조정 사례에서는 영업주가 분실 경고 문구를 기재한 점, 신발 주인도 신발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30% 과실상계를 하여 226,552원(323,646원 X 과실비율 70%)으로 판단을 내렸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최종 결정은 1천원 미만을 버려서 226,000원).


물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은 상대방이 수용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경우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으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판단한 것을 법원은 참고할 수밖에 없겠죠?



2023. 6. 1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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