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는 무형의 규범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법적으로나 개인적 가치관으로 옳다고 여김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혼란이나 갈등을 느낄 때가 있다. 이를테면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그 고기를 먹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심리적 불편감과 도덕적 당혹감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다. 왜 우리는 이러한 도덕적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속한 사회가 어떤 규범과 관습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사회상규가 만드는 도덕적 당혹감
사회상규는 특정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관습적 규범을 의미한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에서 단순한 동물이 아닌, 일종의 가족 구성원처럼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감정을 주고받는 존재이며, 이들에 대한 애착과 정서적 유대감이 크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을 먹는 행위는 일반 가축을 먹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반려동물을 가족 같은 존재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 고기를 먹는 행위는 비도덕적이라기보다는 비정상적이고 낯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며, 그 결과 도덕적 당혹감을 경험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도덕적 행동과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사회상규가 개인의 도덕적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2. 개인과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불일치할 때
우리는 각자 나름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는 그와 별개로 또 하나의 기준을 형성한다. 가령, 어떤 이는 정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해 직장에서 솔직하게 의견을 피력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거나 소외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개인의 도덕적 판단을 흔들리게 만들며, 결국 도덕적 당혹감이라는 심리적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3. 도덕적 선택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때
도덕적 당혹감은 선한 의도가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때도 발생한다. 이를테면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선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거나, 오히려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때때로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의 도덕적 선택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도덕적 당혹감은 그러한 회의감 속에서 발생하고, 결국 우리는 도덕적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4. 도덕적 당혹감, 그리고 사회적 갈등의 악순환
도덕적 당혹감은 개인과 사회 간의 불일치가 깊어질수록 더 자주 발생하며, 그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보다는 사회가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정서가 ‘사랑하고 아껴야 할 존재’로 규정된 상황에서, 이와 어긋나는 행동이 개인적 신념이나 합리적 선택이라 하더라도 사회의 눈길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기대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게 만든다.
도덕적 당혹감과 사회 상규는 우리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시험지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사회가 만들어내는 규범의 허점과 모순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도덕적 당혹감을 성찰의 기회로 삼아 우리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의 규범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 우리가 도덕적 당혹감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적 성찰이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