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주인(主人)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주인과 하인처럼 계층이 나뉜다고 느껴져서 그런지 나 또한 약간의 거부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총각네 야채가게'를 운영하시는 이영석 대표의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라는 책을 보다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주인이 아닐 때 더 주인으로 일하라.
그러면 주인의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30대부터는 각종 자기계발서를 섭렵하며 게으른 태생을 발전시키기 위해 채찍질하는 걸 즐기는 나는, 이 구절에서 또 한 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름 경험주의자라 대학생 때에는 거의 매 방학마다 두 달씩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3 겨울방학 때부터 주유소와 세차장 알바부터 시작해서 서빙 알바, 공사장 일용직 알바, 스키장 음식점에서 설거지 알바, 연구원에서 자잘한 잡일까지 경험하며 그 일에 대한 노하우도 배우고 직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엿볼 수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에는 수개월 간 과외를 하기도 했는데, 너무 쉽게 돈을 버는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결정적으로 내가 고등학생 때 배웠던 유능한 선생님들만큼 가르칠 수 없다는 생각에 학생들과 학부모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그만두었다. 이후 20대 중반부터 의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왔지만 항상 조직에 속한 채로 일하느라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오는 환자에게만 최선을 다하고 의사로서의 역량을 키워서 더욱 좋은 치료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만 있었을 뿐, 조금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병원을 경영하는 차원에서는 못 미쳤던 것 같다.
혹시 '주인'의 '마인드'가 없었기에 주인이 되지 못했고, 내 삶도 주인 같지 않게 살아온 게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금부터라도 당장 내 태도와 행동을 바꿔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바로 적용해보고자 했다. 페이닥터로 일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환자와 병원 모두 득이 되는 경영전략을 고민해보고자 다양한 선배 의사들의 교육과 경험을 찾아들었고 이에 몇 가지를 적용하여 원장님께도 시스템을 약간 바꿔보도록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결과는 다행히 성공적. 환자들의 만족감도 늘었고 매출도 상승하는 win-win 전략이 통한 것이었다. 물론 피고용인 입장으로서 경영에 관여하거나 이를 대표에게 제안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평소에 '내 것'이라는 의식을 갖고 고객들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깊이 생각하고 그들의 편의성과 만족감을 올려줄 수 있을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하며 지속적인 고민을 하다 보면 일도 더욱 재밌어지고 열정적으로 하게 되어 이를 보는 상사의 마음도 열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주인의식을 갖는다고 실제로 그 조직에서 대표가 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물론 인센티브를 더 받거나 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고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움직일 수 있었고 언젠가 내가 직접 경영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선행학습을 증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단순한 관점의 차이로 많은 걸 달라지는 걸 몸소 느끼니 배움에 대한 갈증이 더욱 생기는 날이다.
이런 깨우침이 인생을 사는 데에 있어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부족한 나도 느끼는 이 보람을 여러분들도 실천을 통해 만끽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