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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Mar 19. 2023

인도네시아 빠당(Padang) 음식점

한국음식 하면 전라도가 떠오르는 것처럼 인도네시아음식 하면 떠오르는 것이 빠당요리다. 미국의 한 방송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꼽힌 적이 있는 른당(Rendang)이 대표적이다. 빠당은 수마트라 서부해안에 위치한 지역인데 한정식처럼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나오는 서빙스타일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는 지역마다 기후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건축양식 역시 차이가 나는데 보통의 빠당음식점들은 빠당지역 특유의 건축형태로 익스테리어가 되어 있고 조리실에 창을 달아 접시들을 밖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는다. 어제는 아이들이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체험학습을 간다고 해서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준 다음 아내와 빠당음식점에 다녀왔다. 딸아이가 현지음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로컬 느낌의 식당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빠당음식점에 들어가 밥을 먹은 것은 아내도 나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이번에 갔던 식당은 족자카르타에서 꽤 유명한 빠당음식점인데, 일종의 번화가인 깔리우랑에 위치해 있는 깨끗하고 넓은 식당이었다. 밖에서 음식들을 볼 수 있는데 조리실을 한참 쳐다본 아내의 말로는 튀김류만 위쪽에 보이게 해 두기 때문에 음식수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편한 자리에 앉으라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구석 자리에 앉아서 10분 정도 기다리니 주문도 받지 않고 일단 요리를 내 오기 시작한다. 빠당음식점에서 식사를 해 보지 않은 거지 도시락 형태로는 먹어보고 포장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빠당음식을 먹는 스타일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식당에서 먹어본 것이 처음이다 보니 촌사람이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어리바리한 것처럼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빠당요리는 일단 종업원이 음식을 테이블에 세팅해 놓으면, 그중 먹고 싶은 것만 골라먹고 계산을 하는 방식이다. 우리 가족이 잘 먹는 인도네시아 요리는 나시고렝(볶음밥), 미고렝(볶음면), 나시 아얌 바까르(구운 닭과 소스, 그리고 밥), 사테(꼬치요리), 소또(국물요리), 이가 바까르(갈비구이) 등인데 이러한 음식은 어느 특정지역의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나시 고렝의 경우, 인도네시아 음식이냐 말레이시아 음식이냐 가지고도 서로 다투는 형국이다 보니 지역색이 옅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음식 중에서는 쇠고기 장조림과 흡사한 른당의 경우, 말레이 문화권 곳곳에서 먹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빠당요리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특별한 논란이 없는, 비교적 지역색이 분명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서빙된 요리들 중에 먹지 않을 몇 접시를 옆으로 빼놓고 음료를 주문했다. 이후로 몇 가지 음식이 더 서빙되어 나왔고 른당과 삼발 히저우(소스종류)는 따로 주문했다. 파파야 잎을 소스에 찍어 먹는 느낌은 간을 하지 않은 나물을 고추장에 찍어 먹는 느낌과 비슷했고 사랑니로 인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은 질긴 른당을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왜 옆 테이블에 있는 음식이 우리 테이블엔 없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아내와 그 이유에 대한 추리를 하기도 했다. 어쨌든 여러 가지 빠당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나니 종업원이 계산을 하기 위해 테이블로 왔다. 요리의 가짓수가 많고 양념을 비슷하게 쓰다 보니 종업원이 남은 양념을 보고 요리를 식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한 접시에 담긴 두 덩어리의 른당 중 한 덩어리만 먹게 된다면 값은 절반만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 음식 같은 경우 남은 음식의 재활용도 어렵고 접시마다 돈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생경한 광경이겠지만 빠당 음식은 접시마다 따로 값을 지불해야 하기도 하고 나시(밥)가 있는 접시로 음식들을 옮긴 다음 손으로 비벼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식사습관이다 보니 아마도 남긴 음식은 다른 테이블로 서빙될 것이다. 결제를 해 보니 둘이 먹은 식대가 한화로 14,000원 정도 나왔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음식은 른당이었는데 두 덩어리가 담긴 한 접시에 한화 5,000원이 조금 넘었다. 사실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는, 길에서 파는 봉지 도시락을 천 원 이하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적게 나온 금액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꽤나 유명한 식당에서 맛있게, 그리고 편하게 먹은 음식값이라고 생각하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특히 주류 종족인 자바 사람들은 더더욱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큰데 현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은 이들의 문화에 대한 존중으로서의 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자바 문화의 중심지인 이곳 족자카르타에서 누군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볼 때, 이곳 음식인 나시 구득(Nasi Gudeg)을 이야기하면 이곳 분들은 정말로 기뻐할 것이다. 나의 경우 차마 그렇게까지는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정말로 좋아하는 음식인 아얌 바까르를 이야기하는데,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그 말을 들을 때도 정말 좋아하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도 외국인이 이곳에 와서 살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분 좋은 자부심일 것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슐라웨시의 또라자 지역이 커피산지로 유명한데, 친정이 또라자에서 커피농장을 운영한다는 옆집 아주머니는 아내가 또라자 커피 칭찬을 하니까 바로 커피를 한 봉지 가져다주시기도 했다. 그 기분은 아마도 이곳 분들이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  BTS와 블랙핑크,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리고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인 신태용 감독을 이야기할 때 우리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동일한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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