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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Mar 06. 2023

나무로 된  요요(YOYO)를 통해 바라본 경제

어느 기념품 가게에서 한국돈으로 1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요요를 구입한 적이 있다. 꽤 무거운 나무로 된, 진짜 가죽으로 된 손잡이까지 있는 요요였다. 단순히 물가 차이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게, 제대로 된 플라스틱 재질의 요요는 한국보다 싸지도 않다. 같은 품질 수준일 경우 기계로 찍어낸 제품이 언제나 사람의 손길이 더 많이 들어간 제품보다 비싸다는 느낌이다. 수입제품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전에 자주 가던 문방구에는 한국 제품 코너가 있었는데 500원이라고 적혀 있는 지우개는 당당히 세배 비싸게, 1000원이라고 적혀 있는 노트 역시 할인해서 두배 이상 비싸게 팔았었다. 기계로 찍어낸 조그만 스티커 한 장을 2000원에 구입했었는데 손으로 깎아서 만든 나무요요를 1000원에 구입한다는 건 뭔가 좀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큰 규모의 상점에서 말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럴 경우 계급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긴 그럴 여유들이 없다.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을 향한 분노나 임금인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시위는 늘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오늘의 생활이 중요한 곳이다. 시위대가 몽둥이를 들고 출근을 방해해도 근로자들은 매질을 당하면서도 공장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라도 일을 하고 월급, 혹은 일당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위 중에도 공장은 그럭저럭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번은 건축 중인 건물 꼭대기 H-빔 위를 안전장치도 없이 걸어 다니는 용접공을 보고 놀란적이 있다. 당시 근무 중인 곳이었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20미터는 되는 높이였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큰일이었다. 안전관리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일하다가 떨어져서 죽어도 한국돈 1000만 원이면 합의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항의도 없고 그 금액으로 그냥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 그게 지켜지지는 않는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뱀이나 코브라, 큰 사이즈의 도마뱀이나 벌집을 보면 직원이나 에어컨 기사, 수리공 같이 사실은 상관없는 일을 하는 현지인 분들에게 부탁을 하곤 했었다. 물론 그들은 아무 일도 아닌 듯 간단하게 그 일들을 처리하고 약간의 비용을 받으면 그만이다. 마치 **마켓에 바퀴벌레를 잡아달라고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실 말벌이나 코브라는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들이 아닌가? 


수도가 아닌 우물물을 쓰고 있다. 물탱크가 10미터가 넘는 높이의 철탑에 올라가 있다. 부품 하나가 고장 나서 물이 잘 안 나올 때가 있다. 철탑을 탁탁 치면 또 나와서 그냥 쓰고 있었는데 고장이 잦아지다 보니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다. 늘 집을 고쳐주는 뚜강(수리공) 아저씨를 불렀다. 나보다 다섯 살 위다. 철탑에 올라가야 하는 일이니 젊은 뚜강분과 함께 왔다. 생각했던 대로 안전장치 없이 맨발로 철탑을 타고 올라간다. 그저 아래에서 조심하라고 몇 번을 작게 외칠뿐이다. 두깡 아저씨는 바꿔야 될 부품을 사 가지고 오고 물탱크 청소도 했다. 부품값에 철탑에 올라간 분의 인건비, 본인의 수수료를 다 해서 3만 원 정도를 받았다. 사실 부품값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언제나 인건비보다는 부품값이 비싸다. 높은 철탑에 올라가 일하신 젊은 아저씨가 신경 쓰여서 5만 루피아(5천 원 정도)를 더 드렸더니 한사코 받지 않으신다. 돌려받았다가 다시 마음이 걸려서, 철탑에 올라간 아저씨에게 드리라고 하니 고맙다고 받아서 가신다. 


한국의 최저시급이 이곳에서는 보편적인 하루 일당이다. 위험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가치가 같은데 돈의 가치가 달리 매겨지다 보니, 신기하게도 사람의 가치가 돈에 따라 평가되기도 한다. 인간이 참 간사한 것이다. 한국인들이 동남아나 다른 빈국의 노동자들을 우리 자신보다 낮은 부류의 사람들로 인식하곤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게 돈의 무서움이다. 많은 돈을 받으면 자신이 더 귀한 사람이 된 것 같고 그 반대면 덜 귀한 사람으로 생각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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