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ke Feb 19. 2023

Gempa Bumi(지진)

요 며칠 문화와 언어를 좀 더 익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자바에서 지진과 화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 쁘람바난(Prambanan)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원들은 지진과 화산의 피해를 겪었고 여전히 완전한 복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족자카르타 술탄국의 왕실정원인 따만 사리(Taman Sari) 역시 지진의 피해가 선명하다. 궁정의 천장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후 복원이 되지 않았는데 마치 폐허처럼 스산한 느낌이 든다. 인도네시아어로 지진을 금빠 부미(Gempa Bumi)라고 한다. 땅에 진동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우리말이든 영어든 비슷한 걸 보면 사람들의 지진에 대한 이해는 비슷한가 보다. 물론 그 흔들림 앞에서 무력함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동일할 것이다. 몇 개월 전 인도네시아 찌안주르에서의 지진으로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났었고, 살고 있는 족자카르타에서도 2006년의 지진으로 6,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므라삐 화산도 2006년의 폭발로 300명 이상이 사망자를 냈었다. 재앙의 흔적들을 보다 보면 정말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청난 재앙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으로서 특별히 할 수 없는 게 없으니 종교가 발달한다. 희망이 되는 이야기가 필요하니 자바지역이 완전히 이슬람화 된 이후에도 신화와 전설들은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특별히 자바서부와 수마트라의 Modernist Muslim들과 달리 이곳 족자카르타, 중부자바, 동부자바의 Traditional Muslim들은 이슬람 이전의 문화적 요소, 신화적 요소들을 깊이 존중하며 보존해 왔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였을 것이다. 물론 Modernist Muslim들도 다르지 않다. 그저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2004년의 아쩨 쓰나미는 무려 17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강성 이슬람 지역인 아쩨는 이 사건 이후로 세속법을 따르는 인도네시아와 구별되게 샤리아법을 따르게 되었다. 자치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정치적 변화와 함께 당시의 쓰나미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신의 뜻을 어겼기 때문에 재앙이 왔고 그 신의 뜻을 더욱 성실히 따라야 한다는 논리였다.


며칠 전 족자에 위치한 과학관을 방문했을 때, 인도네시아 각 주와 지방정부의 문장을 새겨 넣은 기념물을 보게 되었다. 다섯 가지 종교적 문양들이 그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공인된 여섯 가지 종교(개신교와 가톨릭은 동일하게 십자가)의 상징이었다. 이곳에서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나 역시 눈앞에 바라보이는 저 므라삐(연기가 나고 있다는 뜻) 화산을 바라보면서 믿을 건 주님 밖에 없다고 내 가족을 의탁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쁘람바난 사원(Candi Pramban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