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물선 Dec 07. 2023

부어요

수개월 전부터 얼굴이 자꾸 붓는다는 환자가 왔다. 얼굴만 엄청 붓고 기운이 빠진다는 거다. 10개월쯤 전에 동네 병원에 갔더니 염분 줄여 먹으라 하면서 혈압약이랑 이뇨제를 주길래 근근이 먹으면서 버텨왔다고 한다.


담배피세요?
아니요.
체중 빠지셨어요?
조금요.
몇 키로나요?
한 2~3키로요? 입맛이 없어요. 억지로 먹어요.
몇키로에서 몇키로 되신 거예요?
64키로에서 61키로요.
밤에 식은땀이나 열은 안 나세요?
식은땀은 날 때가 좀 있어요.
가슴 답답한 건 없으세요? 기침은?
가슴 좀 답답하죠. 기침은 없는데...



엑스레이 찍고 보니 종격동 확장 소견이 보인다. 왜 로컬에서 엑스레이를 안 찍었을까. 찍었는데 발견을 못했던 건가. 아니면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소견인가. 정보는 언제나 부족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상대정맥증후군이 의심된다 이야기하고 폐 CT를 찍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네. 물이 찬 고무관이 눌리면 물이 역류하잖습니까. 덩어리가 큰 정맥을 눌렀을 수도 있어 보여요. 덩어리요? 종양이란 이야기죠. 종양은 악성이나 양성 둘 다 가능한데 악성은 암이란 이야기입니다. 네. 암일 수도 있어요. 림프종이나 폐암, 폐암 전이일 수도 있습니다. 정확한 건 CT를 봐야 어느 정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네. 암일 수도 있어요. 아직 확실하진 않아요. 아. 지금 바로 드실 약은 없어요. 숨도 안 차시고 얼굴 붓는 것 말고는 증상 없으시니까요. 네. 암일 수는 있어요. 아니요. 아직 안 돌아가세요. 네 제가 바로 낫게는 못 해 드리지만 확인은 잘해드릴게요. 네. 제가 금방 해결은 못해도 문제는 잘 찾아내요. 네네. 오늘은 식사도 하셨고 당일은 CT가 안돼요. 최대한 금방 찍을 수 있게 예약 잡아달라고 간호팀에게 부탁 메시지 남겨 놓을게요. 네. 네. 스케줄은 간호팀이랑 상의하세요. 검사하시고 오시면 또 상담드리고 말씀 나누겠습니다. 보호자분 울지 마세요. 미리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양제만 주시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