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코비드 증후군'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이미 유행은 좀 지난 것 같지만. '바이러스질환 감염 후 증후군 클리닉 Postviral syndrome clinic'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주로 코로나 감염 이후 피로감을 포함한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내원한다. 환자들이 내원을 하면 무슨 증상인지, 언제부터 생겼는지 환자 나름대로 이야기하게 한다. 그 뒤 주소 Chief complaint를 내가 파악하기 쉬운 형태로 정리해 다시 질문하며 환자를 관찰한다. 환자를 관찰하는 건 환자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함이다. 환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태도, 사회문화경제적 수준, 진료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도 어느 정도 포함된다. 왜냐하면 이 것들이 어느 수준 정도 파악되지 않으면 진료의 전개나 결과, 혹은 진료의 의미를 환자에게 이해시킬 수 없거나, 이해시킬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롱코비드 신드롬, 만성피로, 기력 저하, 만성 통증 등 뭔가 명쾌하지 않은 증상과 관련 증상 다발을 가지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경우 결국은 병인이 기질적인가 비기질적 인가를 감별하는 것이 기본이다.
코로나 감염을 겪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특유의 장기臟器 친화성으로 인한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있다. 이와 연관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우선 관련된 기질적 병인에 대한 검사를 시행, 평가하는 것이 필수다. 일례로, 환자가 코로나 감염 이후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짧아지거나 심호흡을 자주 한다면 감염 후 폐섬유화에 대한 폐기능검사나 영상검사, 심혈관 합병증에 대한 심전도나 혈액, 영상 검사 정도는 비록 가능성이 낮다 손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원칙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정 장기 친화성과는 별도로 일반적 바이러스 감염 후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 후 증후군도 있고, 자가면역성 질환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유발되는 케이스도 있다. IgA 신증, 감염 후 갑상선염, 자가면역성 정맥혈전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 기질적 질환의 범위는 끝없이 다양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검사만으로도 기질적인 질환의 이환 여부와 기질적 질환의 큰 질병 카테고리는 확인이 가능하다.
외래 환자들의 두드러진 방문 동기는 지금 증상들이 빙산의 일각처럼 더 중대한 질병이나 후유증의 전조증상은 아닐까 하는 불안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에게는 기질적 질환에 대한 배제 진단이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앞서 말한 기질적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말 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환자들에게 증상은 실재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에게 ‘당신 증상이 기질적인 원인 탓이 아닐 수 있다’ 거나, ‘아직 기질적인 병으로 발현되어 확인될 정도로 중한 상태가 아니거나 기능적인 문제가 있는 상태’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반드시 기능적 문제일 가능성에 대해서 가능성을 열어 설명해야만 한다.
여기까지가 클리닉에 환자들과 첫 번째 진료 시에 진료실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왜 하는지, 앞으로 내가 물어볼 질문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진료가 그저 "확인되는 병이 없습니다"로 종결되는 것이 아님을 가이드하는 과정이다.
환자들에게 이렇게 설명을 하는 이유가 있다. 많은 환자들은 스스로 나름의 질병모델을 지니고 있다. 특히 미디어나 SNS의 저급 정보에 오염된 환자들은 특정 질병 모델에 스스로를 이입해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롱코비드 신드롬은 전용轉用되기 너무 쉽다. 지금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감염 후유증 탓 일 수도 있지만, 감염 전 외줄 타기 하며 간직해 왔던 다양한 위험인자들이 코로나 감염으로 촉발되었을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Ageing Research Review의 한 연구에서 매우 간단한 도식화로, 코로나 감염 환자 예후 모형을 사전 건강 상태와 회복력에 따라 fit/frail, resilient/non-resilient로 나눠 4가지 경우로 이해를 돕는다.
물론 그 역의 가능성도 생각해야만 한다. 실제 예이다. 40대 후반 여자환자로 코로나 감염 후 마른기침이 계속되어 로컬 병원 진료를 받았다. Chest x-ray에 별 이상 없고 일반 혈액검사도 특이소견이 없어 감염 후 기침으로 판단해 기침약을 석 달 가까이 복용했단다. 그런데 호전이 없고 너무 피곤하다고 찾아온 경우였다. 감염 후 기침은 8주 이상도 지속되는 경우가 있어 환자의 임상 경과는 좀 애매한 편이었는데, 이 환자는 결국 폐 CT를 찍어 본 결과 폐선암이 확인되었다. 코로나 감염력이 오히려 진단에 선입견으로 작용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