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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MUZN Jan 01. 2023

1월 3일은 내 생일

새해는 설렌다. 1월에 내 생일이 있기 때문이다. 1월 1일이 되면 오랜만에 지인들과 새해 인사를 주고받고, 친한 사람들에게서 어떤 생일 선물을 받고 싶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굳이 받고 싶은 건 없지만, 그런 질문들을 듣는 게 기뻐서 마음이 넉넉해진다. 1월 1일부터 진짜 생일인 1월 3일까지, 매일 내 생일인 것 같은 달콤한 기분을 느끼며 붕붕 떠다니고, 3일 이후로 친구들이 보내준 선물들이 집 앞에 도착할 때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 


    생일이 행복해진 건 학창 시절이 끝난 20대부터였다. 생일이 겨울방학이다 보니 학기 중에 열리는 휘황찬란했던(?) 동생 생일파티와 다르게 내 생일엔 주로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보냈었고, 그마저도 아빠가 내 생일에 살아는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그 파티에 아빠는 없었다. 나를 만들었던 아빠는 어디에 가 있었을까? 생일파티에 없던 아빠는 내 생일이 1월 4일이라 알려줬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주민등록번호를 몰랐기에 내 생일이 1월 4일이라 굳게 믿고 지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내 생일은 1월 4일이야."라고 꼭꼭 중요하게 알려주었다.


    머리가 좀 더 크고 내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여 크레이지아케이드를 비롯한 각종 게임들에 가입해야 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건강보험증을 펼쳐 내 주민등록번호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940103. 그게 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였다. "아빠, 내 생일 1월 3일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빠는 "그럼 그런가 보지."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왜 내게 지금껏 생일을 1월 4일이라 말했는지 해명도 해주지 않고 그렇게 이야기를 끝내 버렸다. 10살 정도였던 나는 항상 궁금했다. 왜 아빠는 내 생일을 몰랐을까. 아빠가 나에 대해 모르는 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친구들이 혈액형별 성격표를 보다가 '왠지 너는 A형일 것 같아.'라는 말에 아빠에게 내 혈액형이 A형이냐고 물어봤을 때도, 아빠는 "그런가 보지."라고 말했었다. 나는 17살이 될 때까지 A형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가, 헌혈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B형이라는 걸 알게 되었었다. 그때도 궁금했다. 아빠는 왜 내 혈액형도 몰랐던 거야?


    나중에 20대가 되어, 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것 같은 나이가 되었다고 여겼는지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던 날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니 태어나던 날, 느그 할매가 니 병원비 내라고 돈을 맹글어가 아빠한테 돈을 쥐어 보냈거든. 근데 그노마가 그 돈을 들고 노름을 하러 간기야. 하이고. 그래가지고 느그 할매가 다시 돈을 맹글어가 병원비 내고 그렇게 느그 엄마 데리고 집에 왔다 아이가." 그래서 그랬던 거야. 아빠는 1월 3일에 도박을 하러 갔고, 그다음 날이 되어서 태어난 나를 보러 왔으니, 본인에게 내가 태어난 날은 1월 4일이었던 거야.


    20대가 되고 나서 아빠는 내 생일에 로또를 사 오라고 했다. "니 생일에 운이 좋더라고, 너 태어나는 날에 도박을 했는데 그때 많이 땄거든." 아빠는 그걸 자랑으로 얘기하는 건지 히히덕거리는 얼굴이 어이가 없어서 5천 원을 탁 낚아채곤 로또를 사러 갔었다. 아빠의 미신에서는 내 생일에 태어난 당사자인 내가 로또를 사면 더 운이 좋지 않을까 싶었던 거 아닐까. 수동으로 내가 골랐던 번호는 대단한 운은 아니라도 본전은 찾아주는 정도의 운은 갖고 있었다. 아빠는 그 5천 원으로 다시 로또를 샀다고 했다. 그 로또가 되지 않았어도, 아빠는 또 로또를 샀을 거다. 매주, 매달, 매년 아빠는 로또를 샀으니까.


    나를 만들었던 아빠는 내가 태어난 날 도박장에 가있었고, 나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나를 세상에서 제일 미워하면서도 사랑했고, 나 또한 아빠에게 그러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게 현재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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