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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연재 Mar 22. 2022

괜찮아, 잘해보자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

P라는 친구가 다시 회사에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직 후에도 몇몇 직원들과는 좋은 감정으로 연락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터라 내심 잘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성경의 탕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P가 탕자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오해 마시길). 불현듯 탕자 이야기가 떠오른 건 탕자보다는 돌아온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궁금해서였다. 성경에서는 돌아온 탕자를 깨끗이 씻기고 좋은 옷을 입히고 반지를 끼워주며 좋은 양을 잡아 아들을 먹였고, 이를 지켜보던 큰 아들은 아버지에게 질투로 화가 났다고 쓰여있는 걸로 기억한다.


아들이 집을 나간 후에 아비는 매 순간이 노심초사였을 것이다. 이제 눈앞에 자식을 두니 안심, 감격, 감사, 그리고 사랑으로 범벅된 마음이 아버지를 지배했으리라. 내 짐작이다.


어느 기사를 보니 최근 대기업에 입사한 MZ세대의 50%가량이 2 안에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사람들은 상상할  없는 실로 적지 않은 비율이다. 우리 회사만 해도 전체 직원이 찍은 사진들을 가끔 보고 있으면 뭉떵 뭉떵 인원들이 바뀌어 있는  실감한다. '이야 그동안 이렇게나 많이 직원들이 바뀌었단 말이야?'


이런 실정이만남과 이별이 잦을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의 경우 인사 부분을 내가 겸하여 담당한다.  직원입사하고 퇴사할  나는   순간을 그들과 함께 한다.


내게는 아들이  있다. 첫째만 있을 때는 둘째 있을 때를 상상할  없었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니 둘째가 없을 때를 상상할  없다. 그냥 원래부터 우리 가족은 아내를 포함해서 넷이었던  같다. 새롭게 태어난 생명은 가정 안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자리매김해 간다. 회사에 새로운 직원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내게는 비슷해 보인다.  불과   지났을 뿐인데 어떤 직원들은 항상 있어 왔던 오랜 동료처럼 느껴진다. 마치 가정에서  생명이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P 특히 기억이 난다. P에게는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빨리 쓰는 재주가 있었다. 우리 회사는 AI 컨설팅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 구성원 대부분이 이과 성향이다. 그러니 P 눈에  수밖에 없었다. 이과적인 하면서 문과적인 성향도 도드라지니 말이다. 본의는 아니었다. 입사 초기에 P에게 정부사업을 준비하는 일이 맡겨졌다. 묵묵히 해내었지만 P에게는 나름 힘든 시간이었던 같다. 나름 업무 직원의 선호와 성장 커리어에 따라 배분한다고는 하지만  부분이 시의적절하게  지켜 지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P가 떠났다. P는 이미지(image) 관련 분야에서 실전 프로젝트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때 나는 바로 P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P를 대략 10개월 만에 만나는 거였다. 궁금한 게 많았다. 마치 탕자를 만난 아버지의 마음처럼.


"잘 지냈어? 소식은 좀 들었어. 원하는 일을 좀 했고"

"주로 정부 사업 제안했습니다. 옮긴 회사에서도 잘하니까 그런지 그걸 많이 시키더라고요."


 그랬다. 이직 후 P는 본인이 원하는 걸 할 수 없었고, 그러던 차에 다시 연락이 왔던 것이다. 희한한 건 P가 떠난 후에 우리 회사에서 이미지 관련된 AI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했다. 아마 P가 남아 있었더라면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지만 이래서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돌아와 준 P가 고마왔다.

"그래 잘 왔어. 이번에는 너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멋지게 경력을 쌓을 수 있을 거 같아. 같이 잘 해보자 고마워"


사는 게 모를 일이다. 늘 뜻대로 안 되니 말이다. 아마 P도 큰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떠났던 회사에, 퇴사할 때 마지막으로 만난 나를 찾아왔으니 말이다. P가 참여하게 될 H사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후의 대학원 진학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자와 같은 정답을 줄 수는 없겠지만, 내 아들이려니 생각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P가 가는 길에 늘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호호야, 살다 보면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른 경우가 있단다. 물론 두 가지 모두가 잘 맞으면 좋겠지만 아빠가 봤을 때 그렇 경우는 대단히 예외적이란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잘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삶의 축복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삶의 행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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