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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연재 Apr 16. 2022

김치에 인공지능을?

인공지능에는 어떤 지능이_#2

김치에 인공지능이라니? 

이 무슨 의아한 소리인가!?


아무튼 나는 김치 관련한 인공지능 사업의 총괄 책임자를 맡게 되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ational Information Society Agency, NIA)이 주관하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의 전통식품 발효 융합 데이터 과제를 응모했다. 운이 좋게도 제안 발표 1등으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의아한 소리로 브런치를 시작을 했으니, 책임지고 오늘 글의 정체에 대해서 몇 가지 추려서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수주가 확정된 '전통 발효식품에 대한 인공지능' 과제에서는 김치(7종), 장류(4종), 주류(1종), 총 12종의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련 인공지능을 모델을 만든다. 총사업비는 20억이며, 올해 말까지 총 8개월 동안 과제가 수행될 예정이다. 구축할 학습 데이터는 30만 시간의 발효 영상, 6만 장의 발효 이미지, 6만 건의 발효 환경 및 품질 데이터, 크게 3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요 근래 식사 자리에서 마눌님께서 가끔 한두 마디 했던 기억이 있다.

"있잖아?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왔다가 집에 돌아갈 때, 그렇게 쌈장, 고추장 같은 장류를 사 간데. 외국인들도 맛을 아는 거지"


'무슨 말씀이실까, 외국인에게 설마 그런 음식이 입 맛에 맞나?'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식품 수출입 및 발효 식품 관련 통계를 찾아보았다. 식품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고, 이러한 증가세는 코로나 이후에도 더욱 두드러졌다. 식품에서 한국 전통 발효식품(김치, 장류, 주류 등)의 시장규모와 수출 증가세 또한 꾸준한 상승세였다. (그림 1 참조). 숫자로 보고 나니 마눌님의 말씀에 납득이 갔다. 우리 마물님의 엄청나게 예리한(?) 경제 안테나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림 1.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식품 수출액 추이


요 근래 민간이던 공공이던 투자에서 인공지능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만약 투자를 고려하는 곳에서 인공지능이 한약에서 녹용 같은 역할이면 더할 나위 없고, 적어도 약방의 감초라도 되어야 된다. 그래야 투자가 납득(?)이 되는 세상이다. 아무리 밝은 하늘에도 어두운 곳은 있는 법이다. 활발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공지능 연구가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식품 분야, 좀 더 나아가서 전통 발효식품 산업이 현재 인공지능 연구의 불모지 같은 곳이다.


그다지 관련 연구는 많지 않지만, 크게 2가지 관점으로 (발효)식품 분야의 인공지능 연구를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이미지를 활용하여 식품의 품질(상태)을 예측하는 연구이다. 발표식품에서 수집된 이미지에서 전/후처리(pre/post processing) 과정을 거쳐 발효 단계를 예측하는 모델 개발이 그것이다(그림 2 참조). 인공지능 관점에서 보면 이런 모델은 이미지 판별(classification) 문제에 해당한다.   


그림 2. 발표식품의 발효 단계 예측 알고리즘 개발


둘째는 조금 더 진화된 연구로 식품의 품질 관련한 구성 요소를 보다 세부적으로 식별하고 이를 종합하는 연구이다. 발효 식품에서 발효 지수(index) 이외에 발효 식품의 품질에 중요한 요소인 총 폴리페놀, 방부 활동성 등의 식품(품질) 구성 성분을 식별하여 품질 예측에 활용하는 방식이 이런 연구에 해당된다(그림 3 참조). 여기서는 분광기 같은 별도 디바이스(device)를 이용하여 이미지에서 추출되는 스펙트럼(spectrum) 형태의 데이터로 이용한다.


그림 3. 발표식품의 발효 지수 및 품질 예측 AI 모델 연구


대략 식품 관련한 기존 인공지능 연구의 큰 틀은 살펴보았다. 이제는 발효식품이라는 특성에 맞는 인공지능을 잘 개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동물 종(species)을 구분하는 인공지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개, 고양이, 코끼리 등이 분류해야 할 대상이다. 아마도 동물 종 구분 인공지능은 다양한 동물들의 눈, 코, 입, 귀, 꼬리 등의 특징들을 잘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이라면 너무 잘 아는 매일 먹는 '김치'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김장을 마치면 김치는 냉장고(예전에는 김칫독)로 직행하고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발효는 식품 내/외부에서 다양한 미생물의 생장과 사멸이 일어나는 일종의 과정이며, 이때 식품 표면의 변화가 생긴다. 즉,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을 위한 인공지능은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 표면의 미세한 변화를 세밀하게 탐지해야 하는 문제에 해당된다.


이제 문제를 알았으니, 가장 성능(performance)이 좋은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 좋은 인공지능 모델은 쉽게 구분해서 말하면, 첫째는 양질의 데이터, 둘째는 적절한 알고리즘 선택의 복합 문제이다. 세부적으로 이야기하면 온갖 상충(trade-off) 관계로 끝이 없지만, 큰 틀에서 이렇게 이해하면 문제를 단순화해서 볼 수 있다.


결국 사용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는 발효 이미지이다. 발효라는 과정이 원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보니 아마도 수십 배속으로 가공한 영상에서 일부 추출된 이미지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그 모양이 그 모양같이 거의 비슷한 발효의 이미지에서 좀 더 세밀한 영상의 차이를 얻을 수 있을까? (당연히 세밀한 영상 차이에 민감한 알고리즘도 탐색하고 결정해야 한다.)


관련 연구를 살펴보니 식품 관련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익숙한 RGB(삼색으로 색을 표현하는 방식) 이외에 다른 색 공간을 사용해서 더 좋은 연구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림 2 참조). 금번 과제에서도 RGB 이외에 HSV, Lab 색 공간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실험을 해 볼 계획이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RGB, HSV, Lab 컬러는 개별적으로 한번 찾아보시길 권한다(그림 4 참조). 다양한 색공간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초짜이다. 이번 과제를 통해서 이러한 색공간의 차이가 인공지능의 성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다양한 실험을 해 볼 계획이다. 참 궁금하다.


그림 4. 다양한 색공간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물도 중요하다. 예상하는 발효식품 인공지능 모델의 이미지는 <그림 5>와 같다. 김치를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인공지능이 해당 김치의 발효 단계와 품질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예: pH, 산도, 염도, 유산균 등)를 제공하게 된다.


그림 5. 발효 단계 예측 및 품질 예측 프로그램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국내 전통 발효 전통식품 제조 업체의 약 75%가 매출액 3억 미만의 영세업체라고 한다. 이미 대규모 공장과 자동화 설비, 조직화된 R&D팀을 갖춘 큰 회사들이야 아마 부족하거나 별로 아쉬운 것이 것이다. 그렇지만, 국내 3/4에 해당되는 국내 전통 식품 발효 업체에게는 금번 연구가 어쩌면 소중한 공공재(公共財)가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번 과제를 통해 그동안 인공지능의 특별한(?) 미개척 분야였던 식품 분야에서 식품과 인공지능의 융합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호호야,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말이 있어. 무슨 말이냐면 어떤 꿈을 꾸거나 사업을 할 때, 제대로 된 때(timing)를 만나면 얼토당토 한 꿈(돼지를 빗댐)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야. 무슨 무슨 혁명이니 하면서 인류의 자본주의 역사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올리고, 이를 통해서 사회 전반의 발전을 이뤄 나가. 봐 봐, 이제 김치에도 인공지능을 고민하잖아.


이제 막 새로운 태동기를 맞게 된 인공지능 또한 호호가 살아갈 세상에는 또 다른 새로운 혁신의 중심축이 될 거야. '사람처럼 일하는 인공지능'과의 생활이 호호 세대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수도 있고.


시대는 늘 새로운 기술을 통해 혁신을 요구하고 인류는 그 혁신으로 새로운 삶을 창조해 간단다. 언제나 혁신의 파도를 타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아울러 그 혁신에 태풍이 너희를 따라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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