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개 Dec 17. 2024

스위스 교육 시스템

찾아보면 볼수록 충격을 먹는 게 스위스 교육 시스템인데 그중 제일 별로라고 느끼는 두 가지가 있다.


중학교 입학시기에 대학교로 갈 수 있는 루트가 어느 정도 정해진다는 것. 이건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다. 중학교 들어갈 나이에 입학시험을 치는데 이때 어느 학교에 가느냐에 따라서 대학 입학의 순조로움이 확연히 달라진다. 김네시움이라는 학교가 대입을 위해선 가장 수월한 루트라는데 6학년에 실패하면 한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고마워서 황송할 따름이라고 해야 함?)


아무래도 나는 호주의 유연한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나머지 이 점이 너무 이해가 안 갔다. 나는 만 12살 될 때쯤 초등학교를 마치고 공립 랭귀지 스쿨에서 영어를 배우고 하이스쿨에 들어간 경우이다. 호주 하이스쿨은 적어도 커리큘럼 면에서는 모든 학교들이 평준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실력에 따라 반들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3개월 마나 텀이 바뀔 때마다 승급을 할 수 있다.


당연히 과학고와 같은 셀렉티브 스쿨이 있긴 하지만 이 학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시험을 쳐서 들어갈 수 있고다. 실제로 나와 비슷한 나이에 와서 10학년 될 무렵 셀렉티브 스쿨 붙어서 전학을 간 경우도 봤었고 말이다. HSC라는 수능 시험은 혹여나 죽을 쑤더라도 망한 과목만 따로 다음 해에 봐서 자신의 점수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으며 대학 입학을 딜레이 시켜 다음 해에 똑같은 점수로 대학 입학 신청을 할 수 있다.


아무튼간에 내가 만약에 12살의 나이로 언어를 아예 모른 채 독일어권 공교육을 받게 되었다면 호주에서 받았던 비슷한 기회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을 꿇거나 상업고를 조기 졸업해서 재수생 마냥 대학을 들어갈 방법을 모색했겠지.


실제로도 스위스에 청소년 자녀를 데리고 이주하려는 사람들은 거금을 주고 국제학교에 보내는 옵션밖에 없는 셈이다. 대부분 교육 컨설턴트들이 그렇게 추천을 하는걸 보면. 실업계 공립 학교는 16세에 애들을 졸업시키기 때문에 설령 13살에 공립에 들어가도 2-3년은 언어 따라잡느라 시간을 보내다가 바로 졸업하는거나 마찬가지니까. 목표가 대학이라면 국제학교에 들어가서 영어권 나라에서 대학교갈 준비를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당연히 여기에 이주하는 이들 중 고학력자 부모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자녀들도 같은 길을 걷길 바라는 경우도 많을테고 말이다.


저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초등학교 4-6학년 시기는 자신의 특기 재능을 파악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이다. 부모의 푸시 없이는 준비를 할 수 없지 않나. 이 나이 또래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대통령이니 뭐니 서울대 가는 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현실감각이 아예 없는 셈인데. 이 사람들은 애들을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린이가 그 나이 또래에 가지는 현실 감각이나 자율성은 성인이 가진 것과는 다른 개념인데 말이다.


초등학교 5-6학년에 한번 삐끗했다고 20세의 인생 곡선이 완전히 바뀐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가혹하다. 사람은 매일 같이 생각이 바뀌고 가치관이 바뀌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성장하는 건데. 한 학교 안에서 등급이 다른 반배치를 받는 거랑 학교 등급을 매겨서 잘하는 애들 따로 못 하는 애들 따로 교육을 시키는 것 또한 차별을 더 자유롭게 하겠다는 처사 아닌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