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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Oct 13. 2022

용산에서 만난 사람들

직장인 밴드에 들어갔다.

 타지 생활은 외롭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모여 산다는 그 사람 많다는 서울에서 난 외로웠다. 낭만 가득 품고 재밌는 일이 매일 같이 벌어질꺼라 생각하고 상경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서울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나마 같은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 온 몇 안되는 친구들은 한창 바쁠때라 만나기 힘들었고 직장 동료들과는 아직 어색했고 친척하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야하는 시간이 많았다. 늘 가족 아니면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던 나에겐 홀로 지내는 건 확실히 낯선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평일에 퇴근하면 집에 들어와 지쳐 잠이 들 때까지 TV를 말 그대로 부둥켜 안고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지칠때 까지 TV 속으로 들어가 시간을 때우다 잠이들고 눈을 뜨면 다시 출근....퇴근....TV 끌어안고 있기......그리고 주말에는 부러 근처에 있는 시장을 다녀오고 야트막한 산에 산책을 다녀 왔다. 무기력하다시피 한 평화롭고 평온한 일상이 반복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 즈음부터 혼자 노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되어 갔다는 것이다. 혼자 영화보기, 혼자 밥먹기 등등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외톨이들의 생활이 아닌 오히려 현대 사회인들의 간편하고 편한 생활 방식이 되어 가는 분위기였다. 혼자 밥 먹을 때 좀 덜 뻘쭘해 해도 되겠다 생각은 했지만 평화로운 일 상속에 쓸쓸하고 외롭기는 했다. 정 붙일 데라곤 내 원룸 밖에 없으니 하릴없이 고향집에 자주 내려가게 되었다.


 넉달 정도를 그렇게 지내다 보니 심심함과 외로움에 지긋지긋 해지기도 했고 이대로 지내다간이 반지하 같은 일층 단칸 방에서 고독사할 것 같았다. 어디 정 붙이고 살아갈 궁리를 해야했다. 사람 만날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보다 대학시절에 스쿨밴드에서 잠깐 기타를 쳤던 경험을 살려 직장인 밴드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이 발달된 게 얼마나 편하고 생활의 범위를 넓혀 주는 지 새삼 깨닫는다. 단어 하나 검색으로 서울에 있는 수십 수백개에 달하는 직장인 밴드와 동호회 목록을 보여 주었다. 내가 할 일은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여 연락하는 것이었다.


  역시 서울은 뭐든지 판이 컸다. 직장인 밴드의 바닥도 아주 커 보였다. 바쁜 일상 중에 낭만 찾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서울의 각지에서 음악만큼 다양한 밴드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용기 내어 용산에서 연습을 한다는 팀에 연락을 했고 모임 날짜에 맞춰 대학 이후 창고에 푹 삭혀 두고 있던 기타를 다시 손질하여 어깨에 걸치고 갔다.

    

 퀘퀘한 지하실에 있는 연습실로 들어가 긴장되고 뻘쭘함 가득하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외로움에 사무치던 나는 낯선 사람들이 그렇게 반가웠고 그 낯선 사람들의 환대가 이렇게 고마운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 시작한 나의 첫 사회 모임. 늘 익숙한 곳에서 지내왔고 학교 다닐 때 반만 바뀌어도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내가 낯선 장소에서 갖는 타인과의 교류를 이때부터 즐기게 되었던 것 같다.


 용산에서 만난 이 사람들과 함께 팀을 하게 되면서 서울에서 처음으로 내 스스로 생소한 모임을 찾아가 동료이자 지인들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신나고 재밌었고, 이 먼 타지에서 홀로 무언가를 해낸 것 같아 나 자신이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진정 독립해 가는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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