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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의 다온 Dec 31. 2023

12월 31일

고작 한 꺼풀을 벗겨낼 다짐

언제부턴가 의미를 부여한 모든 날짜의 반복에 무뎌지고 있다. 마음 편히 게을러지기 위해 의무적으로 기념할 뿐이다.


1월 1일, 새해도 마찬가지다.

12월 30일에서 31일이 온 것처럼 또 하루가 지날 뿐이다. 11월 30일에서 12월로 넘어온 것처럼 고작 달력 한 장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늘 거대한 사건이라도 벌어지는 양 내일을 준비한다. 누에가 한 꺼풀의 고치를 벗겨내어 나비로 비상하듯 날아오를 꿈을 꾼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것처럼 오늘과 작별한다.


작별을 고하는 연말의 입김에는 너그러움이 섞여 차가운 공기가 무색하다. 한숨으로 뭉친 후회들을 눈발 사이에 흩날려 보내고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 어떤 상처도 새하얀 눈에 모두 덮여버릴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12월 31일.


그렇게 오늘도 마지막을 핑계 삼아 어리고 어리석었던 날들에 용서를 구해본다. 차마 돌아서기 아쉬운 기억들과 재차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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