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팬더 Jan 07. 2023

조금 곤란한 오해

-이익잉여금은 현금이 아닙니다.

 주식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다 보면 자본 항목에 '이익잉여금'이라는 계정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의 정의를 보면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 중, 배당이나 상여의 형태로 사외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자본을 의미합니다.  


 주식회사의 '자산'에서 타인의 돈인 '부채'를 제외한 '자본'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몫입니다. 그런데 이 몫을 주주에게 주지 않고 회사에 유보해 둔다고요? 지금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몇 년 전에 이러한 문제 제기를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꽤나 시끄럽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오해는 용어가 자초한 감이 있습니다. 이익잉여금, 사내유보금 이런 용어를 쓰고 있으니 마치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면서 그 돈을 주주에게 주거나 투자를 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것처럼 인식이 되고, 이러한 돈에 왕창 세금을 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인기를 얻기도 했지요.

(대기업이 마치 스크루지 아저씨로 보이는가?)

여하튼 이러한 주장이 왜 오해인지를 아주 간단한 사례를 들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단순화시킨 사례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니, 가능한 단순화시킨 사례입니다)


1) 甲이 자신의 자금 30억원과 은행대출 70억원으로 A라는 기업을 설립하였습니다. 100억원의 자본 중 60억원은 공장과 기계설비에, 30억원은 부품과 재료에, 10억원은 현금 형태로 남겨두었다고 합시다. 그럼 설립 시점의 자산, 부채, 자본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산 100억원 = 부채 70억원 + 자본 30억원)


2) 다음 해에 A회사가 장사를 잘해서 이것저것 사용한 비용 (제조원가 + 판관비)을 모두 다 제외하고도 20억원의 초과 이익을 현금으로 얻었다고 해 봅시다. 그럼 A회사의 재무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역시 감가상각 및 차입에 대한 이자, 배당 지급 같은 것들은 생략합니다.)


10억원의 현금에 20억원이 더해져서 30억원이 되고, 자산은 120억원이 되었습니다. 부채는 70억원 그대로니 자산 = 자본 + 부채를 유지하려면 자본이 50억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 자본 항목에서 20억원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A기업이 장사를 잘해서 20억원의 이익을 낸 것이니 추가되는 항목은 이익잉여금입니다. 


(자산 120억원 = 부채 70억원 + 자본 50억원)


3) 그럼 여기서 그다음 해에도 A회사는 더욱 장사를 잘해서 작년과 같이 이런저런 비용을 제외하고 30억원의 현금 이익을 얻었다고 합시다. 장사가 잘 되니 甲은 조금 더 공장을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고, 40억원의 현금(총 50억원)을 사용해 건물도 짓고 장비도 추가로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회계처리는 아래와 같이 되겠지요.


3-1) 30억원의 현금 이익은 2)의 과정과 마찬가지입니다. 현금이 30억원 → 60억원이 되고, 이익잉여금은 50억원이 됩니다.


(자산 150억원 = 부채 70억원 + 자본 80억원)


3-2) 여기서 50억원(현금 40억원, 추가 차입 10억원)을 들여서 공장과 기계설비를 추가했습니다. 그럼 현금은 60억원 → 20억원, 공장, 기계설비는 60억원 → 110억원, 은행차입 70억원 → 80억원이 됩니다. 이익잉여금은 어떻게 될까요?


(자산 160억원 = 부채 80억원 + 자본 80억원)


 답은 쉽게 나옵니다. 변동이 없지요. 자산 계정 내에서 현금이 공장, 기계설비로 바뀌고, 자산과 부채가 각각 10억원씩 늘었습니다. 이익에 영향을 주는 항목이 없으니 자본 계정을 손을 댈 곳은 없습니다. 


3-1) 과 3-2)를 보면 이익잉여금은 여전히 50억원입니다.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 현금은 60억원인 반면, 뒤의 사례에서 현금은 20억원입니다. 


 위의 사례는 최대한 본 설명을 위해 압축한 사례이니, 실제 기업의 회계 처리는 조금 더 복잡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 기계설비에 감가상각이 들어가서 자산에서 깎이면 역시 자본의 이익에서도 까줘야 하지요. (하지만 감가상각을 하지 않는 토지라면?) 

(이거 팔아서 주주에게 주면 돈은 뭐로 벌까요?)

 그래도 이익잉여금이 모두 현금의 형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본 사례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이것을 당장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거나, 세금을 강하게 때려서 사회로 돌려야 한다거나 한다는 주장을 들으면 기업 입장에서도 꽤나 난감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 이번 글은 이 정도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채권의 구조_살짝 알아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